박원순시장 “인위적 구조조정 안해”… 중복인력 감축 사실상 힘들듯 노동이사제 도입 경영권 침해 소지… 파업땐 모든 지하철 마비 우려도
서울시는 이날 “두 공사의 통합을 통해 새는 지출을 줄이고, 여기서 절감한 비용을 꼭 필요한 분야에 투자해 안전·서비스 개선 등 전반적인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통합혁신추진단(가칭)을 꾸리고 각계 의견을 청취한 뒤 내년 6월 구체적 실행계획을 마련하고 2016년 상반기 조직 개편 및 인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로써 1994년 도시철도공사가 설립된 뒤 분리됐던 두 공사가 20여 년 만에 통합하게 됐다.
통합 배경은 쌓이는 적자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서울메트로가 1295억 원, 도시철도가 2877억 원의 적자를 냈고 현재 서울메트로의 누적 부채는 3조3800억 원, 도시철도는 1조2600억 원에 이른다. 서울시는 “통합하면 전동차, 선로정비 중기계 등 대형 장비 공동 구매로 절감 규모가 늘어나고 열차 운영·관제 시스템이 일원화돼 안전성도 높아진다”고 밝혔다. 또한 두 공사가 가진 선진 기술을 접목하면 경쟁력이 강화돼 지하철 관련 기술의 해외 진출도 확대될 것으로 시는 내다봤다.
인력 감축 여부도 논란거리다. 3월 매킨지의 컨설팅 결과에 따르면 양 공사가 통합하면 4년간 1411억 원의 절감 효과가 날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 1220억 원은 인건비 감축에서 나온 것으로, 통합에 따른 인력 감축이 효과의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통합으로 인한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중복되는 업무 인력을 안전과 서비스, 신사업 분야에 투입하겠다고 시는 밝혔다. 하지만 전문성이 필요한 안전 분야에 비전문인력을 배치하겠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서울시는 노조의 경영 참여도 보장했다. 노조원이나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람을 이사 자격으로 이사회에 파견하는 ‘노동이사제’, 경영 관련 사안을 노조와 협의·결정하는 ‘경영협의회’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노조 몫의 이사가 신규로 생길뿐더러 경영자는 주요 정책을 결정할 때 노조와 협의를 하고 결정해야 한다. 경영권 침해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도시철도팀 관계자는 “노조 의견을 경영자에게 잘 전달시키려는 제도일 뿐 노조가 경영권을 흔들거나 이사회 의결권을 주도적으로 끌고 갈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파업도 걱정이다. 실제로 20년 전 도시철도공사가 따로 출범한 배경에는 파업으로 인해 모든 지하철이 서는 것을 막자는 계산도 있었다. 박 시장은 파업에 따른 지하철 대란 가능성에 대해 “열린 투명 경영과 (노조의) 경영 참여 보장으로 신뢰가 쌓이면 (파업) 가능성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두 공사 노조와 협의를 거쳐 이번 통합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메트로 노조는 논평을 통해 “양 공사의 통합은 ‘사필귀정’이요, 실패한 정책을 되돌리는 용단”이라며 “단순한 기관 통합에 그친 게 아니라 혁신적 노사 관계 모델을 제시한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황인찬 hic@donga.com·백연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