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 심사위원들이 전하는 작품 경향
《 “가족이라는 가장 근본적이고 작은 사회 안에서조차 소속감과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흔들리는, 뿌리 없는 식물과도 같은 존재의 불안을 다룬 작품이 많았다. 많은 사람이 아프고 앓고 있다.”
9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1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은 사회적 주제보다 개인의 내면, 아픔을 다룬 작품이 많았다고 전했다. 낯선 이국땅을 배경으로 외국 인명이 등장하는 작품도 늘었다. ‘세월호 침몰’ 등 한국 당대 현실이 고통스럽고 부조리해 오히려 다루기 어려웠고, 척박한 사회 속에서 사람들이 힘을 잃고 희망도 없이 지내는 모습을 작품에 담았다는 것이다. 》
201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에서 작품을 검토하고 있는 심사위원들. 올해는 사회적 관심보다 개인적 아픔을 다룬 작품이 많았다. 왼쪽부터 조철현 이기호 김숨 김미월 편혜영 정이현 박성원 백가흠 김민정 김경주 정윤수 씨.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예심에는 김경주 김민정 시인(시 부문), 김숨 박성원 정이현 작가(중편소설), 김미월 백가흠 이기호 편혜영 작가(단편소설), 정윤수 영화감독과 조철현 타이거픽쳐스 대표(시나리오)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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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은 소소하고 범상한 일상 속 일화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많았다. 백가흠 작가는 “2000년대 한동안 천착했던 판타지, 역사물들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청년실업, 노동 문제를 다룬 리얼리즘도 관심이 줄어든 듯하다. 서사 본연, 개인 이야기에 집중된 경향”이라고 말했다. 편혜영 작가는 “신체적·정신적 통증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았다.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가족 해체를 다룬 작품이 다수 눈에 띄었으며 청년실업의 문제보다 중년 이후의 실직이나 구직활동을 다룬 작품도 많았다”고 했다.
김미월 작가는 “강렬하거나 특이하고 엽기적인 내용을 다룬 작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소설가나 소설가 지망생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작품이 유난히 많은 것도 하나의 경향이 되었다 할 만하다”고 했다. 이기호 소설가는 본심 진출작 선정 기준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는 문장과 참신한 내면, 구성의 완성도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중편소설은 하나의 경향을 꼽기 어려울 만큼 소재, 배경, 주제가 다양했다. 박성원 작가는 “일본, 이스라엘, 시리아, 남아메리카 북부 히스파니올라 섬 등 이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많았다”며 “‘혼자서 여행 오셨나 봐요’처럼 우연을 가장한 서사가 대부분이라 왜 이국을 배경으로 했는지 모를 소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정이현 작가는 “사회적 이슈가 된 사건을 직접적으로 그려낸 작품은 예년에 비해 많이 눈에 띄지 않았다.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 대부분이 미학적 거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개인적 회고담 수준에 머물러 있어 아쉬웠다”고 했다. 김숨 작가는 “순수한 시대, 순수한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도 여럿 있었지만 신파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주제가 분명하고 인물을 선명하게 형상화시킨 완성도가 높은 작품 위주로 본심에 올렸다”고 밝혔다.
시나리오를 심사한 정윤수 감독 역시 “거대한 사회구조를 다룬 작품이 줄고 개인적인 일상을 드라마로 엮은 이야기가 많았다”고 했다. 조철현 대표는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이 세상이 자기를 기억해주길 바라는 시나리오처럼 노인을 주인공으로 하거나 죽음을 소재로 쓴 시나리오가 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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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