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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호 전문기자의 안보포커스]사드 배치, 중국 눈치 볼 일 아니다

입력 | 2014-12-10 03:00:00


윤상호 전문기자

중국어로 젠(殲)’은 ‘섬멸하다’, 리젠(利劍)은 ‘날카로운 검’을 각각 뜻한다. 중국은 독자 개발 중인 두 종류의 스텔스 전투기에 ‘젠(J)-20’, ‘젠-31’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두 전투기는 미국의 F-22, F-35에 버금가는 강력한 성능의 5세대 첨단 전투기다. ‘리젠’은 중국이 지난해 말 첫 시험비행에 성공한 스텔스 무인전투기의 이름이다. 중국은 리젠을 항공모함에 탑재해 전천후 타격 전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적을 섬멸하기 위한 ‘날카로운 검’은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최신형 핵잠수함 5척을 비롯해 재래식 잠수함도 50여 척이나 운용 중이다. 또 240여 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도 5대 핵보유국 가운데 유일하게 핵무기 비축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최소한의 방어용이라고 주장하지만 상대국을 핵으로 몇 번이나 절멸시키고도 남을 정도다.

미사일 전력도 가공할 만한 수준이다. 중국은 사거리 300km급 단거리미사일(SRBM)부터 최대 1만2000km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갖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표적에 핵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 극히 일부의 미사일 전력으로 타격할 수 있다. 단거리미사일인 둥펑(DF)-15는 북-중 국경지역에서 발사하면 영남지역을 제외한 한반도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둥펑-21은 히로시마 원폭(原爆)보다 최대 25배나 강력한 핵탄두(500kt급·1kt은 TNT 1000t의 폭발력)를 한반도와 일본 전역은 물론이고 필리핀 일부 지역까지 날려 보낼 수 있다.

중국은 최근 30억 달러(약 3조3000억 원)를 들여 러시아로부터 최첨단 요격미사일인 S-400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S-400은 최대 400km를 날아가 적국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과 크루즈미사일, 전투기 및 폭격기 등을 파괴할 수 있다. 주변국이 넘볼 수 없는 ‘창과 방패’를 모두 갖춰 역내 패권을 쥐겠다는 의도가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런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한국 배치를 공공연히 반대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지만 한국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북한이 핵탄두를 실은 스커드나 노동미사일로 서울을 공격해도 한국의 ‘방패’는 요격능력이 부실하기 짝이 없는 중고 패트리엇(PAC-2) 미사일 2개 대대가 전부다. 더욱이 북한은 최근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을 쏴 올릴 수 있는 수직발사대까지 개발하고 있다. 머지않아 핵미사일을 실은 북한 잠수함이 우리 영해를 휘젓고 다니는 사태가 터지지 말란 법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는 북핵 위협에 직면한 한국에 사실상 ‘무장 해제’를 요구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사드 배치가 중국의 안전을 해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드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 수단이지 공격 무기가 아니다. 한국에 사드 1개 포대가 배치돼도 중국은 맘만 먹으면 그 몇십 배의 미사일 전력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다. 중국이 자국 감시용이라고 트집 잡는 사드의 X밴드 레이더도 작동 모드에 따라 탐지 거리를 줄여 운용하면 문제가 없다.

주한미군 기지 방어가 주목적인 사드의 배치 문제에 대해 중국이 한국에 으름장을 놓는 것은 한미동맹을 이간질하려는 정치적 저의가 짙다. 여기에 일부 정치권과 비전문가들은 사드를 ‘절대무기’로 둔갑시켜 ‘한국 배치=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이라는 궤변으로 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론에 맞장구를 치고 있다.

절체절명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존과 안보를 지킬 수단과 방도를 찾는 것은 주권국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그런 맥락에서 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는 대국(大國)의 오만함에서 비롯된 내정 간섭이자 군사주권 침해라고 본다. 아울러 중국은 한국을 윽박지르기에 앞서 6자회담 의장국으로 북핵 폐기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정부도 주변국의 반대에 휘둘려 안보태세에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우를 범하지 말길 바란다. 국익과 안보를 지켜낼 최선책을 강구하는 것은 절대 주변국의 눈치를 볼 일이 아니다.

윤상호 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