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 사법단죄 합의 큰 의미… 너무 늦은 정의는 정의 아니다”
정 재판관은 8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ICC 재판관 선출 1차 투표에서 당선 조건인 ‘유효표(104표)의 3분의 2(70표) 이상’을 충족하는 73표를 얻어 임기 9년의 재판관에 뽑혔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송 소장 등 재판관 6명의 후임을 뽑기 위한 이날 선거에는 정 재판관을 비롯해 독일 스웨덴 프랑스 독일 동티모르 등에서 총 17명이 입후보했다. 1차 투표에서 당선된 후보는 정 재판관이 유일했다. 2위인 독일의 베르트람 슈미트 후보는 67표에 그쳤다.
외교부 관계자는 “ICC 재판관 투표는 처음엔 각 회원국에 6표를 행사하게 하고 1명의 재판관이 선출된 뒤에는 5표를 주는 식으로 진행된다”며 “1차 투표에서 단번에, 그것도 유일하게 당선된 건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ICC 재판관은 총 18명으로 3년마다 6명을 번갈아 가며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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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재판관은 ‘북한 인권상황의 ICC 회부’를 권고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북한 인권 문제에 국제사법의 틀로 접근했고 그 사법절차에 합의를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ICC의 수사와 재판은 해당국의 협조 없이는 이뤄지기 어려운 한계가 있지만 ICC 회부와 관련한 공론화 과정 자체가 국제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가 한국의 역할에 상당히 큰 기대를 갖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한국 사법체계는 후진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호평을 받는다. 그 장점과 우수성을 국제사회에 잘 알리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너무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ICC 재판관으로 활동하게 되면 국제 재판도 더욱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제도 개선에 힘써 정의가 제때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내년 3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정 재판관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3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판사 생활을 시작했으며 대법원 재판연구관, 주오스트리아 대사관 사법협력관, 광주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낸 뒤 2011년 8월부터 크메르루주 특별재판소 재판관을 맡아왔다.
:: 국제형사재판소 (ICC·International Criminal Cou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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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