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선원사 주지 운천스님은 오늘도 요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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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한편에 있는 취사장에서 운천 스님이 큰 주걱을 든 채 짜장면을 준비하고 있다. “착한 짜장면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언제든 달려간다는 것이 운천 스님이 지켜온 짜장 보시행의 원칙이다. 창원교도소 제공
전북 남원 선원사 주지인 그는 직접 짜장면을 만들어 나누는 ‘짜장 보시(布施·널리 베풂)’를 6년째 하고 있다. 그릇 수로는 20만 그릇을 훌쩍 넘겼다. 이날도 그는 오전 8시부터 2300명분의 짜장면 면발을 뽑아내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수용자는 1000여 명이지만 ‘밖’에 있는 사람들이 먹는 양보다 1.5배쯤 돼 곱빼기로 준비해야 합니다. 별식이라 그런지 더 잘 드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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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양이다.
“이골이 나서 어렵지 않다. 처음엔 30인분도 버거웠는데 이젠 1000명, 2000명분도 뚝딱 내놓을 수 있다.”
―조리복에 착한 스님 짜장이라고 쓰여 있다.
“짜장 보시를 하다 보니 기왕이면 건강에 좋은 착한 짜장면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표고버섯 멸치 북어 파뿌리를 섞어 국물을 우려냈다. 반죽도 하루 정도 숙성시키고, 야채는 기름으로 볶는 대신에 이 국물로 쪄서 내놓는다.”
―며칠 전엔 진도 팽목항에서 희생자를 위로하는 대한불교조계종 수륙재(水陸齋)에도 참여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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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일 ‘스님은 배달 중’인데 절집은 누가 지키나.
“하하, 다른 분이 잘 지키신다. 저를 찾는 분들이 대부분 소외되거나 어려운 분들이라 부탁을 외면하기 어렵다.”
대형 솥에서 면이 엉키지 않게 큰 주걱으로 연신 젓는 스님의 손엔 큰 흉터가 있었다. 올 1월 면을 뽑다가 오른손 세 손가락이 제면기에 빨려 들어가 찢겨 봉합한 상처다.
―재료비도 만만찮은데 돈을 받지 않고 짜장 보시를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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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짜장 수행을 시작하게 됐나.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와 파계사 율원을 졸업한 뒤 중국 저장 성 사범대로 유학을 갔다. 유학생들에게 식사 대접하다가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됐다. 태안 기름 유출사고 때 짜장면으로 봉사한 처사(處士·남성 불자)와의 만남도 한 계기가 됐다.”
―앞으로의 계획은….
“불교는 인도에서 시작돼 중국을 거쳐 우리에게 왔다. 거꾸로 중국을 거쳐 인도로 이어지는 짜장면 보시행을 펴고 싶다.”
창원=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