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
‘바라지’는 옥바라지나 해산바라지처럼 음식이나 옷을 대어주는 일을 말한다. 그중에서도 남모르게 하는 게 뒷바라지다. 비슷한 말로는 뒤치다꺼리가 있다. 바라지가 내켜서 하는 것이라면, 치다꺼리는 싫은 내색이 약간 배어 있다.
뒤치다꺼리를 ‘뒤치닥거리’와 ‘뒷치닥거리’로 잘못 아는 이들도 있다. 잘못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치다꺼리가 거센소리인 ‘ㅊ’으로 시작하므로 그 앞에 사이시옷을 넣을 필요가 없다. 뒤치닥거리가 안 되는 이유는? ‘뒤치닥’이라는 명사가 없어 ‘뒤치닥+거리’의 구조가 될 수 없다. 한글맞춤법은 어원이 불분명하면 그 원형을 밝히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적고 있다. ‘뒤치다꺼리’를 표준어로 삼은 이유다.
푸닥거리에 붙은 ‘거리’도 붙었다 떨어졌다 하며 언중을 헷갈리게 한다. ‘거리’는 어미 ‘-을’ 뒤에 쓰여 재료(일할 거리, 마실 거리)를 뜻하거나, 제시한 수가 처리할 만한 것(한 입 거리, 한 주먹 거리)을 가리킬 땐 의존명사로 띄어 쓴다. 단, 고민거리 걱정거리 이야깃거리처럼 하나의 단어로 굳어진 것은 붙여 쓴다. 2011년 8월 31일 먹을거리와 함께 복수표준어가 된 ‘먹거리’도 많은 사람이 사용해 굳어진 말로 본 것이다.
자녀 성적표를 들고 또다시 대입 전형 공부에 들어간 부모들의 뒷바라지가 눈물겹다. 오히려 수험생 자식들이 그동안 고생해온 부모 뒷바라지를 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