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홍찬식 칼럼]조희연 교육감을 내버려 두라

입력 | 2014-11-27 03:00:00

‘자사고 폐지’ ‘9시 등교’로 실력과 자질 부족 드러나
무상급식 역풍 우려하면서도 진영 논리에 갇혀 있어
그렇다고 정부가 ‘발목잡기’로 감정적 대응하면 공동 책임 뒤집어쓸 것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주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나온 두 사람의 발언이 흥미롭다. 박 시장은 무상급식에 대해 “국민들에게 세금을 받아 급식으로 돌려주는 것이므로 무상급식이라는 말은 적절치 않다”고 운을 뗐다. 조 교육감은 “그래서 저는 무상급식을 ‘공공(公共)급식’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전면 무상급식 공약을 내세워 선거에서 연승을 거둘 때만 해도 무상급식이란 단어에서 한 글자도 건드리지 못하게 했던 그들이었다. 진보가 말을 바꾸면 그것은 곧 패배를 의미한다고 누가 말했던가. 2009년 경기도교육감 보궐선거 이후 5년 이상 맹위를 떨쳐온 ‘무상급식 카드’는 힘을 잃었다. 조 교육감 등은 오히려 역풍을 우려하는 듯하다.

조 교육감은 올해 7월 1일 취임한 13명의 진보 교육감 가운데 세인의 입에 가장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학부모들이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잘 몰라도 조희연이라는 이름은 누구나 알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의 교육감이라는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시민들의 관심에 어울리는 능력을 아직까지 보여주지 못했다.

무상급식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느라 교육의 질이 하락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시민들에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자사고를 폐지하면 교육 수요자 사이에 ‘학교 선택’이 아닌 ‘지역 선택’이 이뤄져 강남 지역이 더 인기를 끌고 강북 지역은 또 한번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에도 묵묵부답이다. ‘오전 9시 등교’ 정책은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나, 대학 진학을 앞두고 한시가 급한 고교생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았다. 이런 의문이 확산될수록 조 교육감의 리더십은 추락할 것이다.

조 교육감에게도 탈출구는 있다. 하루라도 빨리 전면 무상급식을 포기하는 것이다. 무상급식에서 절약한 예산을 붕괴 위험이 높은 학교 시설들을 다시 세우고, 낡은 화장실을 고치며, 수업의 질을 높이는 데 투입하면 된다. 그러나 진영 논리에 갇혀 있는 진보 세력의 분위기를 보면 그럴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 그가 ‘자사고 폐지’ ‘9시 등교’ 같은 진보 진영이 정해놓은 ‘지침’을 위해 아바타처럼 행동하는 것도 거부감을 키우고 있다.

조 교육감의 실적이 아무리 초라하더라도 정부의 대응 역시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진보 교육감이 어떤 조치를 취하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신경질적인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조 교육감이 지난달 31일 6개 자사고에 대한 지정 취소를 발표하자 교육부는 바로 ‘시정 명령’을 발동했다. 자사고 지정을 취소해서는 안 된다는 요구였다. 이에 대해 조 교육감이 ‘교육부의 시정 명령에 불응한다’는 공문을 보내자 교육부는 바로 이튿날 이 조치를 무력화하는 결정을 내렸다.

조 교육감이 일방적으로 자사고 선정을 취소한 것은 잘못이지만 정부가 감정적으로 대처하면 조 교육감을 ‘탄압받는 피해자’로 만들기 십상이다. 교육감이 자사고를 멋대로 폐지하는 게 옳지 않다는 것은 2011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정부가 발목잡기 식으로 나서지 않아도 될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8월 “교육부가 등교 시간과 자사고 폐지 논란에 대해 추진 방향을 조속히 확정하라”고 지시한 것도 교육부의 대응에 영향을 미쳤다.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교육정책의 권한은 대부분 전국 교육청에 위임되어 있다. 교육감은 예산 인사 인허가 등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반면 정부는 교육정책의 큰 틀을 정할 뿐이다. 정부는 지방의 교육 권력을 빼앗긴 게 몹시 못마땅한 듯하다. 그렇다고 교육 현장에 실질적 권한이 없는 정부가 일일이 맞대응을 하게 되면 부작용만 부르게 된다. 전임 이명박 정부 때도 진보 교육감에게 사사건건 맞섰으나 별 소득이 없었다. 보수 세력은 교육감 자리 13곳을 왜 진보 세력에 내줄 수밖에 없었는지 반성부터 해야 한다.

최근 무상복지 논쟁이 벌어지면서 교육청의 예산 배분 실태가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전달됐다.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여론이 급속히 나빠진 것도 유권자들이 실상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불필요하게 나서면 진보 교육감들이 잘못하는 것까지 정부가 공동 책임으로 떠안게 된다. 진보 교육감들이 4년 뒤 실적으로 평가받도록 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혼란스러운 한국 교육도 그나마 긍정적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