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아니면 도’式 지원→ 맞춤형 전환… 복지사각 지대 80만명에 추가 혜택
이로써 2000년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도입된 기초생활수급제도는 시행 14년 만에 대수술을 받았다. 이번 개정으로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80만여 명이 추가로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 기초생활수급제도는 한 번 지원 대상에 선정되면 생계 주거 의료 교육 자활 출산 장례급여 등 일곱 가지 급여를 모두 받지만 수급 대상에서 탈락하면 모든 지원이 끊기는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 구조다. 중복·과다 지급 논란과 함께 수급 자격에서 밀려난 이들이 자살하는 등 탈락했을 때의 충격과 후유증이 컸다.
급여별 기준에는 최저생계비 대신 ‘중위소득’ 개념을 도입했다. 중위소득은 모든 가구의 소득 중 정중간에 위치한 가구의 소득을 말하는데, 상대적 빈곤 문제에 대응하는 데 더 효과적인 개념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예를 들어 △생계급여는 중위소득 30% △의료급여는 중위소득 40% △주거급여는 중위소득 43% △교육급여는 중위소득 50% 이하일 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맞춤형 지원이 실시되면 가구별 평균 지원액이 올해 42만3000원에서 내년 47만2000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부양의무자 기준도 완화했다. 부모가 기초수급자 자격을 얻으려면 자녀의 부양능력이 없다고 판정받아야 한다. 이 기준을 현행 월 212만 원(4인 가구 기준)에서 404만 원으로 늘려 1만6000여 명이 추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부양의무자가 중증장애인일 경우 기준은 더 완화된다. 등록금과 교재비 등 교육비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의 경우 대상자 선정 요건인 ‘위기상황’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장의 판단 재량 등을 확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복지 관련 법안의 제정·개정에도 불구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국내 지원 수준이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번 법안 통과와 관련해 “무엇보다 가족에게 생계 책임을 묻는 부양의무자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