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선수에서 MVP의 신화를 써내려간 넥센 서건창이 18일 서울 서초구 THE-K호텔에서 열린 2014프로야구 최우수선수 시상식에서 영광의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어머니가 말하는 ‘효자 서건창’
LG 방출때 ‘계속 하겠냐’고 물었어요
자신있다, 걱정 말라며 절 안심시켰죠
200안타 쳤을때도 행복해서 울었는데…
‘모든 게 엄마 덕분’이라는 효자 아들
소감서 밝힌 ‘백척간두 진일보’ 문구
시상식 전날 찾아 아들에게 건네줬죠
2014 프로야구 시상식…신인상 NC 박민우
역사적인 200안타의 순간 이후 정확히 한 달이 흘렀다. 18일 서울 서초구 THE-K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7even세븐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최우수 신인선수 및 각 부문별 시상식. 아들 서건창(25·넥센)은 또 한 번 어머니를 울렸다. 총 유효표 99표 가운데 77표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정규시즌 MVP로 선정됐다. 어머니 정수현(51) 씨는 아들의 뒤에 앉아 그 순간을 모두 눈에 담았다.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조용히 자리를 뜬 정 씨는 “내가 말주변이 별로 없다”며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날 어머니의 이야기를 꼭 듣고 싶다”는 말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정말 장하고 대견스럽고…. 그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네요.” 눈가는 이미 붉어져 있었다.
한 시즌 200안타. 어머니도 놀랐다. 정 씨는 “목표를 세우면 이루는 아이였지만, 이렇게 빨리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아들이 걸어온 고난의 길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봤기에 더 그랬다. 첫 소속팀 LG에서 방출됐던 2009년 말, 어머니는 아들에게 “야구를 계속 하겠느냐”고 물었다. 아들은 말했다. “당연히 해야 되는 거 아닌가”라고. “자신감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정 씨는 “그 후로는 계속 아들을 믿었다”고 했다.
서건창은 어머니에 대한 효심이 남다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어머니는 서건창과 여동생 연수(23) 씨를 홀로 뒷바라지했다. 아들이 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텼던 이유, 그리고 끝까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모두 가족이었다. 어머니는 “우리 아들은 아주 어릴 때 철이 들었다. 한 번도 내가 마음을 쓰게 한 적이 없다”며 “항상 생각을 깊게 하고 긍정적인 아이라 힘들 때도 걱정은 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아들은 예나 지금이나 어머니에게 문자 메시지를 자주 보낸다. ‘모든 게 엄마 덕분’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4년 전 약속했던 것 이상을 어머니에게 보여줬다.
백척간두 진일보. 백 척이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다다랐어도 또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의미다. 어머니와 여동생은 시상식 하루 전날 서건창에게 직접 이 문구를 찾아줬다. 서건창은 단상 위에서 수상소감을 얘기하면서 “백척간두 진일보라는 말처럼, 앞으로 더 나아가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 길에는 당연히 가족이 함께 한다.
● 넥센 서건창은?
▲생년월일=1989년 8월 22일 ▲키·몸무게=176cm·84kg(우투좌타) ▲출신교=송정초∼충장중∼광주일고 ▲프로 입단=2008년 LG 신고선수, 2011년 넥센 신고선수 ▲2012년 성적=128경기 543타수 201안타(타율 0.370) 67타점 135득점 48도루 ▲수상 경력=2012년 신인왕, 2012 2루수 골든글러브 ▲2014년 연봉=9300만원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