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삼성을 만만하게 봤던 팀이 해태(현 KIA)였다. 삼성은 1986년과 1987년 2년 연속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하지만 빨간색 상의-검은색 바지의 해태 선수들에게 번번이 막혔다. 1986년에는 1승 4패, 1987년에는 4전 전패를 당했다. 해태는 1988년과 1989년에도 우승하며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했다. 1980년대는 해태 왕조의 최전성기였다.
▽같은 4연패지만 해태의 정규시즌 1위는 1988년 한 번밖에 없었다. 나머지 3번은 플레이오프 등을 거쳐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삼성뿐 아니라 단기전에서는 해태를 당할 팀이 없었다. 빨간 유니폼의 사나이들은 왜 가을만 되면 더욱 힘을 냈을까. 당시 해태의 중심 타자였던 김성한 전 KIA 감독은 “마음만 먹으면 어떤 팀이든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일단 기싸움에서 이기고 들어갔다”고 했다. LG 감독을 지냈던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헝그리 정신’을 꼽았다. 이 위원은 “선수들끼리 ‘이번 겨울 좀 따뜻하게 보내자’라고 농담을 주고받곤 했다. 모기업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연봉 상한선도 25%로 정해져 있던 시절이라 우승이라도 해야 돈을 만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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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입을 모아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많이 먹는다”고 했다. 이번 한국시리즈의 승패를 가른 것도 경험과 마인드의 차이였다는 것. 실제로 삼성은 뒤지던 경기를 막판에 뒤집곤 했지만 넥센은 결정적인 순간 실책을 남발하며 자멸했다.
올해 처음 한국시리즈를 경험했던 삼성의 신예 박해민은 경기 전 떨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주위의 형들을 보니 누구 하나 긴장하는 사람이 없더라. 각자 자기 할 것만 알아서 하자는 분위기였다. 이 덕분에 나도 평소처럼 경기장을 누빌 수 있었다.” 해태 왕조는 KIA 시절까지 합쳐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10번 우승했다. 지금 분위기라면 2002년 이후 7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린 삼성 왕조는 머지않은 미래에 해태를 넘어설 것 같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