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어제 국회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특별위원회’에 보고한 병영문화혁신 추진안을 보면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위기의식이나 군 개혁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든다. 한 장관이 공동의장인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혁신위)의 혁신안에서 눈에 띄는 것은 ‘구타와 가혹행위를 포함한 반(反)인권 범죄는 구속 수사 원칙으로 한다’ 정도일 뿐, 군의 고질적인 은폐 축소의 악습을 깰 수 있는 옴부즈맨이나 군 사법제도 개혁은 사실상 제외됐다. 오죽하면 여당 의원이 “대한민국 부모들 다 기절한다”며 한 장관을 질타했겠는가.
한 장관은 8월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의 집단폭행 사망사건이 드러났을 때 ‘21세기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선진 병영문화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틀 뒤 출범한 민관군 혁신위는 구성부터 위원 135명 중 60명이 군인들로 포진돼 군이 반대하는 개혁은 불가능하게 돼 있다.
군 사법제도 중 지휘관이 마음대로 사법권을 주무를 수 있는 ‘지휘관 감경권’은 폐지 아닌 개선으로 물 타기 됐다. 군 인권침해를 조사할 수 있는 국방 옴부즈맨 도입도 “군 본연의 임무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제동이 걸렸다. ‘보호관심병사관리제도’는 ‘장병병영생활 도움제도’로 이름만 바뀌었다. 이런 식이면 최근 식물인간 상태에서 1년 7개월 만에 깨어나 구타 사실을 알린 구모 이병 사건은 언제든지 또 일어날 수 있다. 새누리당 간사인 황영철 의원이 “혁신 없이 예산 따는 데 급급하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