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배우 사와지리 vs 아야세
이번 분기 일본 드라마 최고의 화제는 두 여배우의 맞대결이다. ‘퍼스트 클래스 2’의 사와지리 에리카(왼쪽)와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의 아야세 하루카. 일본 후지TV·니혼TV 홈페이지 캡처
배우 사와지리 에리카(28)가 탄 롤러코스터는 낙차가 컸다. 2005년 드라마 ‘1리터의 눈물’에서 불치병에 걸린 청순한 소녀를 연기하며 전 일본인의 사랑을 받았던 그는 2007년 ‘베쓰니(별로) 파문’으로 추락했다. 한 영화 제작발표회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베쓰니(별로)”라고 답하는 등 무성의한 모습을 보이면서 비판 여론이 불거진 것이다. 이후로도 22세 연상과 결혼한 후 돌연 유학을 떠나고, 돌아와서는 이혼을 발표하는 등 스캔들을 잇달아 터뜨렸다. 거기에 의술의 도움을 받은 듯 예전과 달라진 얼굴까지, 재기는 물 건너간 얘기로 보였다.
‘퍼스트 클래스’는 그가 8년 만에 주연을 맡은 드라마다. 4∼6월 방영된 시즌1은 패션잡지사에 인턴으로 입사해 선배들을 하나씩 처치하며 편집장 자리까지 오르는 줄거리다. 앞에선 웃고 뒤에선 칼을 꽂는 악녀들의 싸움을 자극적으로 그려 토요일 심야 방송이라는 악조건에도 마지막 회는 시청률이 10%를 넘겼다. 주연 배우의 악녀 이미지도 흥행에 한몫했다. 방송사는 서둘러 넉 달 만에 시즌2를 수요일 오후 10시, 황금시간대에 편성했다.
둘의 흥행 대결은 아야세의 압승으로 끝날 듯하다. 현재 ‘오늘은…’과 ‘퍼스트 클래스 2’의 시청률은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아야세는 호타루의 빛에서처럼 연애에 서툰 노처녀 캐릭터를 맡아 자신이 가장 잘하는 연기를 하고 있다. 순수한 연하남과 능력 있는 연상남에게 동시에 사랑받는다는 줄거리도 달달하다.
퍼스트 클래스 시즌2 첫 회에서 사와지리는 이런 대사를 했다. “당신이 한 일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 과거에 당신이 뭘 했든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당신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목숨을 걸고 일하는 것뿐이야.” 독기 품은 그의 연기가 일본의 대표 ‘순진녀’ 아야세를 처치하는 기적은 드라마 밖에선 일어나기 어려운 걸까.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