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기 포스텍 명예교수·대학구조개혁위원장
교육부는 우선 2017년까지 1단계 4만 명 감축을 목표로 구조 개혁을 위한 대학평가의 기본 계획과 평가 지표 및 기준 설정을 위한 작업을 4월부터 추진 중이다. 한편으로 대학 입학정원 조정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대학 운영을 등록금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게 한국 대학의 현실이다. 가뜩이나 등록금 인상이 법적으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 정원 감소에 따른 재정 감소까지 생기면 많은 대학이 존립 자체가 어려운 위기 상황으로 내몰릴 개연성이 크다. 앞으로 닥치게 될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정원 미달 사태는 대학 차원을 넘어 미래 국가 전체에 심대한 위기를 가져다줄 중대한 사안임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대학교육의 근본적인 틀과 내용의 변화를 요청받고 있다. 한국 대학은 학습능력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여 나름대로 교육하고 훈련하는 과정을 거쳐 사회에 배출하는 교육 공급자 위주의 정책을 펼쳐왔다. 앞으로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으로 대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교육 수요자 입장에서 겪게 되는 초중등교육-고등교육-노동시장 사이의 심각한 미스매치를 한국 대학이 어떻게 해결할지, 대학을 선택한 모든 학생을 적성과 희망에 맞추어 교육 및 훈련시켜 질적으로 보장된 인재를 사회에 공급할 수 있을지 하는 근본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대학은 학생들의 재능을 발굴하고 개개인에게 맞춤형 교육 훈련 과정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입시와 교육 및 훈련 과정에서 다양성과 유연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질적인 면에서 획기적인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본 여건부터 마련해야 한다. 우선 교수 1인당 학생 비율을 전문대의 경우 현재 60명에서 30명 수준으로, 일반대는 최소 20명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대학생 1인당 연간 투자비를 현재 약 1000만 원(약 1만 달러) 수준에서 미국 대학의 평균 5000만 원(약 5만 달러)까지는 어렵더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약 3000만 원(3만 달러 수준)으로 가능한 한 빨리 끌어올려야 한다.
전임 교원 수는 현 수준을 유지하면서 입학정원을 단계적으로 줄일 수만 있다면 교육의 질적 개선을 위한 기본 여건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백성기 포스텍 명예교수·대학구조개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