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비슷한 실험이 하나 더 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을 회의실에 대기하게 하고 연기를 들여보냈다. 혼자 대기하던 사람의 75%는 2분 이내에 회의실에서 뛰쳐나왔다. 하지만 대기 인원이 많을수록 회의실에서 나오는 시간이 길어졌다. 10명이 모여 있던 그룹은 대피하는 데 평균 6분이 걸렸다.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가만히 있어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는 1968년과 1969년에 실시된 달리와 라테인, 로빈과 라테인의 실험이다. 이처럼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책임을 미루는 걸 심리학에서는 ‘방관자 효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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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에서도 방관자 효과는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사업장 내의 위험요인을 보고도 ‘누군가 조치를 취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방치할 경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산업현장에서는 한 해 9만여 명의 산업재해자와 2000여 명의 산업재해 사망자가 발생한다. 방관자 효과만 줄여도 상당수의 근로자들이 사고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일터에서 방관자 효과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안전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사소한 위험요인이라도 절대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사업주와 근로자들이 안전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행동으로 실천하고, 습관으로 만들 때 보다 안전하고 건강해진다. 우리 주변의 사고유발 요인은 없는지 살펴보자. 위험요인을 찾아내 제거하자. 안전에 대해서만큼은 ‘방관자’가 없기를 바란다.
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