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정법원 면접센터 개소… “아동탈취-폭행 등 불상사 방지”
별거 부모 만날 때 교섭위원이 옆방서 ‘관찰’ 10일 서울가정법원에 문을 연 면접교섭센터 ‘이음누리’의 내부. 면접교섭위원들은 ‘관찰실’(왼쪽)에서 일방거울인 매직미러로 만남이 문제없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를 지켜보게 된다. 6세 이하 자녀들과 비양육권 부모가 만나는 ‘이음방’(오른쪽)은 편안한 놀이방 분위기로 조성하고 비상벨과 보안 카메라도 설치해 안전성을 높였다. 서울가정법원 제공
지난해 1월 A 씨는 네 살배기 딸에게 이런 말을 듣고 화가 났다. 결혼생활 5년 만인 2012년 협의 이혼한 전 부인은 딸의 양육권을 가져갔다. 고향인 광주로 내려가 노동일을 하며 지내던 A 씨는 면접교섭권(친권자 또는 양육자가 아닌 부모가 직접 만날 권리)에 따라 한 달에 한 번 정도 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와중에 이혼한 전 부인이 현재 동거하는 남성에게 ‘아빠’라 부르라고 했다는 말에 격분한 A 씨는 딸을 데리고 광주로 내려가 2주간 함께 생활했다.
전 부인은 A 씨를 유괴범으로 경찰에 신고했고 법원에 유아인도요청서를 제출했다. 딸이 돌아가자 A 씨는 하릴없이 다음 만날 날인 3월 말을 기다렸지만 딸을 만나지 못했다. 전 부인이 법원에 ‘면접교섭권 박탈, 100m 이내 접근금지’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A 씨는 전 부인을 찾아가 소송 취하를 부탁했으나 거절당하자 미리 준비해 온 흉기를 휘둘러 전 부인을 살해했다.
이음누리는 양육권이 없는 부모가 자녀와 만날 적절한 장소가 없거나 환경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 안전하고 중립적인 만남의 장소로 이용된다. 약 110m²의 공간에 면접교섭실 2개, 관찰실 1개, 당사자 대기실, 상담실 등이 마련돼 있다. 이용 대상은 우선적으로 이혼이 확정된 가정으로 △자녀가 서울에 거주하고 △만 13세 미만인 경우 △양육자와 비양육자 사이에 사전 합의 또는 동의가 있는 경우로 한정된다.
신청은 가정법원 홈페이지(slfamily.scourt.go.kr)에서 양식을 내려받거나 직접 방문해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면접교섭센터를 서울에서 시범 운영한 뒤 전국 가정법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