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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고소한 아버지의 손맛, 아들이 이어갑니다”

입력 | 2014-11-11 03:00:00

[청년사장 전통시장 진출기]
<10·끝> 경기 광명전통시장 두부가게 ‘진미식품’ 김대근씨




“최고의 두부, 이 손으로 만들어요” 청년 상인 김대근 씨가 6일 경기 광명시 광명전통시장 ‘진미식품’ 점포에서 직접 만든 두부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14년간 두부를 만들어 온 아버지의 손맛을 이어 받아 서민들에게 따뜻하고 건강한 밥상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광명=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뽀얀 ‘속살’에서 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그 고소한 냄새가 저녁 찬거리를 준비하러 나온 주부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사장님, 여기 두부 한 모만 주세요.” “네, 어머니. 방금 나온 거라 따끈하고 맛있을 겁니다. 다음에 또 오세요.”

씩씩하게 답하며 두부를 건넨 청년의 모습이 앳돼 보인다. 6일 경기 광명시 광명전통시장의 ‘진미식품’ 점포에서 만난 청년상인 김대근 씨(25). 한창 친구들과 젊음을 즐겨야 할 나이인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담백하고 고소한 두부를 만들고 있다.

○ 14년간 가족생계 책임진 아버지의 두부


김 씨에게 두부는 고마운 존재다. 아버지가 만든 두부가 지난 14년 동안 그와 가족의 생계를 뒷받침해줬기 때문이다. 이제 김 씨는 직접 만든 두부에 자신의 인생을 걸게 됐다.

김 씨의 아버지 김성택 씨(55)가 두부를 만들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경기 파주시의 플라스틱 그릇 공장에서 일하다 외환위기로 공장이 부도나면서 광명으로 오게 됐다. 광명시장에서 생선도 팔아 보고, 시장에서 뗀 채소를 트럭에 싣고 나가 소매장사도 해봤지만 신통치 않았다. 결국 장사를 접고 슈퍼마켓 종업원으로 일했지만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인원 감축’에 나선 슈퍼마켓이 40대인 그를 가장 먼저 내보냈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정말 막막했어요. 그런데 슈퍼마켓에서 성실하게 일하던 아버지를 좋게 보신 분이 계셨어요. 그분이 바로 옛 두부가게 사장님이에요. 그때부터 아버지가 두부를 만들게 됐습니다. 그 덕에 우리 가족이 어렵지만 살아갈 수 있었어요.”

김 씨의 아버지는 2000년부터 진미식품 종업원으로 일하며 두부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10년을 꼬박 두부를 만들다 2010년 결국 진미식품을 인수해 사장이 됐다. 김 씨의 어머니 백연옥 씨(51)와 외삼촌 상식 씨(39)가 가게 일을 도왔다.

하지만 김 씨의 아버지는 밤낮으로 두부를 만들다 건강이 나빠졌다. 한 포대에 50kg인 콩 자루와 만든 두부를 매일같이 들어 옮기다 보니 무릎 연골이 다 닳은 것이다. 김 씨는 아버지가 절뚝거리며 걷는 모습에 마음이 쓰라렸다.

“군에서 전역한 뒤 1년 정도 가게 일을 도와드렸는데 두부 만드는 일이 그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대학을 마칠 때쯤에 아버지 무릎 상태가 많이 악화됐는데 마음이 정말 아팠습니다. 아버지가 그간 짊어지셨던 짐을 제가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싶었어요. 아버지의 손맛을 잇는 것도 보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40, 50대 위한 흑임자-녹차두부 선보일 것”

두부는 섬세한 사람만 다룰 수 있는 식품이다. 김 씨는 아버지를 닮아 섬세함을 타고 났다. 게다가 그는 동남보건대에서 치과기공을 전공했다. 임플란트를 만드는 치과기공사에겐 빼어난 눈썰미와 손기술이 필요하다.

“졸업반 때 경험한 치과기공사 일은 제 적성과는 거리가 있었어요. 하루 종일 현미경을 들여다봐야 하는 일이 너무 답답했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까지 야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급여 수준도 만족스럽지 못했어요.”

두부를 만드는 데는 치과기공 때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섬세함도 필요했다. 김 씨는 “두부 맛의 포인트는 콩의 상태, 갈아낸 콩에 섞는 물의 양, 응고제(간수)의 양에 있다”며 “그날그날 달라지는 콩의 상태와 기온, 습도에 따라 물의 양 등을 조금씩 달리해야 일정한 맛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진미식품의 대표 상품은 김 씨 아버지의 노하우가 담긴 ‘부침두부’다. 김 씨는 “우리 가게의 부침두부를 한 번 맛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담백하고 고소하다’며 다시 가게를 찾는다”며 “일정한 레시피는 없지만 가족끼리만 공유하는 아버지의 비법이 있다”고 강조했다.

올 3월부터 본격적으로 두부를 만들고 있는 김 씨는 매일 오전 4시에 가게에 나온다. 하루에 두 차례 두부를 만드는데 전날 불린 콩으로 새벽부터 두부를 만들어야 아침에 팔 수 있다.

“아침부터 두부를 사가는 부지런한 분들이 있어요. 아침에 처음 두부를 사간 손님이 다음 날 아침에 또 와서 ‘두부 참 맛있다’고 할 때가 가장 보람이 있습니다.”

김 씨가 하루에 파는 두부는 500∼600모. 하루 매출만 80만∼100만 원이다. 아버지에게 한 달 월급으로 200만 원을 받는 그는 결혼 전 33세까지 내 집 마련을 목표로 매달 150만 원 이상을 저축하고 있다. 김 씨는 지난달 20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신세계그룹이 지원한 청년상인 및 가업승계 아카데미 과정에 참가해 꿈을 더 크게 키우게 됐다.

“요즘 중국동포나 한족 등 외국인이 전체 손님의 절반 가까이 됩니다. 앞으로는 외국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두부를 만들 계획입니다. 또 주고객층인 40, 50대를 위한 흑임자 두부와 녹차 두부도 선보일 생각입니다.”

광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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