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프란시스코 브라이언 세이빈 단장
메이저리그는 한마디로 정의하면 단장의 야구다. 단장의 역할과 권한, 책임의 범위는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크다. 단장의 주도하에 선수의 영입과 트레이드가 결정되고, 구단 운영의 방향과 색깔이 설정될 정도다. 한국은 주방장인 감독의 요구에 따라 단장이 재료를 준비하지만, 메이저리그는 단장이 미리 갖춰준 재료에 따라 감독이 요리를 하는 방식이다. 메이저리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장부터 알아야한다. 스포츠동아는 메이저리그 단장은 어떤 인물이며,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손건영의 ML 단장 열전’을 연재한다.
유망주 대신 베테랑 영입…팀 체질 개선
노장들 줄줄이 지명양도 되자 거센 비난
보치 감독과 계약…신인선수로 새판짜기
5년간 3차례 WS 우승 이루며 입지 굳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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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험 많은 베테랑이 좋아
1996년 자이언츠는 96패를 기록한 약체였다. 그러나 세이빈이 단장으로 부임한 후 8년 연속 승률 5할을 넘기며 강호로 변모했다. 기량이 무르익지 않은 유망주를 내주는 대신 제프 켄트, 제이슨 슈미트, 롭 넨, 케니 로프턴, 안드레스 갈라라가, 호세 메사 등 베테랑급 선수들을 영입해 팀의 체질을 개선했다.
2002년 월드시리즈에서 자이언츠는 애너하임 에인절스에게 3승4패로 무릎을 꿇었다. 시즌을 마친 후 켄트, 레지 샌더스, 제이 위타식, 데이비드 벨 등이 프리에이전트(FA)로 팀을 떠났다. 세이빈 단장은 러스 오티스와 월드시리즈 7차전 선발투수 리반 에르난데스를 트레이드시켰을 뿐만 아니라 더스티 베이커 감독 대신 백전노장 펠리페 알루 감독을 영입해 지휘봉을 맡겼다. 이때도 그가 영입한 선수들은 호세 크루스 주니어, 네이피 페레스, 에드가르도 알폰소, 레이 더럼 등 노장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자이언츠는 2003년 정규시즌에서 100승이나 거뒀다.
그러나 노장들을 선호하는 그의 취향은 종종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2006년 노장 선수들이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줄줄이 지명양도 조치를 당하자 알루 감독은 “선수들이 죽어가는 것을 즐기는 감독은 단 한 명도 없다”며 세이빈 단장에게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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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단장이라고 항상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이빈 단장이 단행한 트레이드 중 최악의 케이스는 2003시즌을 마친 후 포수 AJ 피어진스키를 영입한 것이다. 그를 영입하기 위해 내준 선수는 프란시스코 릴리아노와 조 네이선이었다. 훗날 네이선은 통산 376세이브를 거둔 특급 마무리투수로 성장했고, 릴리아노는 2006년 올스타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간판투수가 됐다. 피어진스키가 자이언츠에서 뛴 것은 고작 1년뿐이었다.
세이빈 단장이 머리에서 지우고 싶은 또 다른 케이스는 배리 지토와의 장기 계약이다. 7년간 1억2600만 달러로 당시로는 메이저리그 최고 금액이었다. 2014년 1400만 달러의 구단 옵션을 포기하며 지불한 대가도 700만 달러나 됐다. 하지만 지토가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올린 성적은 63승80패(방어율 4.62)에 그쳤다. 1승당 무려 211만 달러를 지불한 셈이었다.
● 신의 한 수
눈앞의 성적을 위해 배리 본즈를 위주로 팀을 구성했다 낭패를 본 세이빈 단장을 해고 위기에서 구해 준 인물은 바로 브루스 보치 감독이다. 천운이 따랐다. 2006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구단주가 된 샌디 앨더슨이 젊은 감독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자 당시 파드리스 사령탑이었던 보치 감독은 세이빈 단장과 면담을 하자마자 4년 계약을 체결했다. 이때부터 세이빈 단장은 직접 드래프트로 뽑은 선수들을 중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자이언츠의 핵심 멤버들인 맷 케인(2002년 1라운드 25번), 팀 린스컴(2006년 1라운드 10번), 매디슨 범가너(2007년 1라운드 10번), 버스터 포지(2008년 1라운드 5번), 브랜든 벨트(2009년 5라운드 147번), 브랜든 크로퍼드(2008년 4라운드 117번), 조 패닉(2011년 1라운드 29번)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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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