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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신나리]‘양다리 변론’ 대응 뒷짐… 변협의 직무유기

입력 | 2014-11-06 03:00:00

동양그룹 관련 쌍방대리 의혹에… “우리가 먼저 회원사 들쑤실수 없어”
권익보호 핑계대신 잘못 바로잡아야




신나리·사회부

법무법인 바른이 형사재판에서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피고인의 변호를, 민사재판에서는 ‘동양사태’ 피해자 원고의 변호를 맡아 쌍방대리 의혹을 제기한 본보 보도(10월 27일자 A12면) 이후 곳곳에서 제보가 이어졌다. 일부 대형 로펌의 그릇된 행태를 지적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임원을 만나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무책임한 대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당시 그 임원은 “우리는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단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등에 진정이 들어와 ‘입건’이 되면 모를까 먼저 나서서 회원사 문제를 들쑤실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기자는 후속 보도를 위해 변협에 쌍방대리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징계 수준과 절차, 진정 접수 사례 등 자료를 요청했다. 그러나 실무 관계자는 “일일이 진정 사례들을 분류해 두지 않는다”고 답했다. 변협의 한 임원은 조사 계획이 있는지를 묻자 “회비를 걷어 운영되는 단체인데 그렇게 회원사들끼리 얼굴 붉히는 일을 하면 곤란해진다”며 “수석 부협회장이 바른 소속 변호사다. 내가 아는 한 변협이 먼저 (징계를 위한) 사실 조사에 나선 역사도 없고 규정도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정말 규정도 없을까. 변호사법 97조에 따르면 ‘변협 회장은 변호사의 징계 사유가 있다면 징계위원회에 징계 개시를 청구해야 한다’고 돼 있다. 지방검찰청장, 지방변호사회장의 징계 신청, 의뢰인이나 의뢰인의 변호인의 청원 없이도 직권으로 징계를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변협 회장은 보조기구인 조사위원회에 징계 혐의를 조사하도록 하는 권한도 있다. 변호사법 위반으로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쌍방대리 의혹이 불거졌을 때는 별도의 진정이 접수되지 않았더라도 변협 자체적으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바른은 해당 재판부에 아직 사임계를 제출하지 않았다. 바른 측은 “의혹을 인정한다. (형사나 민사) 어느 한쪽은 사임할 계획인데 내부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작 변협은 회원사라는 이유로 눈치를 보거나, 해당 지방변호사회로부터 징계 신청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조리에 눈감고 있다.

변협은 임의단체나 이익단체가 아닌 사회적 사명과 임무를 달성하도록 법에 의해 설립된 단체다. 변협 회칙의 설립 목적 중에는 ‘변호사와 법무법인의 지도와 감독’도 있다. 회원사들의 권익 보호뿐 아니라 잘못된 점을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변협은 진짜 회원사들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