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노던테리토리의 ‘울루루 카타추타 국립공원’ 율라라 마을에서 구입한 그림엽서. ‘백만 마리 파리에겐 죄가 없다’고 쓰여 있다.
처음엔 장난삼아 만든 게 아닐까 싶었다. 이런 걸 사서 보낼 사람이 없을 듯해서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1908년 설립된 ‘머리 뷰스(murrayviews.com.au)’라는 호주의 전문기업 제품이었다. 그렇다면 뭔가 의미를 담으려 했던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일까. 그렇다. ‘환경’ 문제였다.
이걸 산 건 3주 전 호주 중북부 노던테리토리 주의 율라라(Yulara)에서다. 율라라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울루루 카타추타 국립공원’ 근방의 리조트타운이다. 유스호스텔과 로지, 호텔, 리조트 등 숙박과 관광시설로만 이뤄진 작은 마을이다. 노던테리토리는 남한 면적의 열네 배가 넘을 정도로 광활하다. 하지만 주민은 고작 24만4000명뿐. 대부분 사막이어서다. 그래서 호주에선 여길 ‘아웃백(Outback·오지)’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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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노던테리토리엔 파리가 기승한다. 파리는 사람만 보면 끊임없이 달라붙는다. 그것도 꼭 코와 입, 귀, 눈에만 집중적으로. 그러니 짜증이 날 수밖에. 그래서 여기선 관광이 파리와의 전쟁이다. 물론 효과적인 도구도 있다. 머리 전체에 뒤집어쓰는 방충망이다. 그러다 보니 울루루에선 아주 특별한 광경을 목격한다. 방충방으로 얼굴을 가린 관광객들이다.
이곳 파리가 코 입 귀 눈에만 들러붙는 이유. 단백질과 염분 탄수화물 당분 등 영양분을 땀 체액 같은 인체의 분비물에서 취하도록 진화해서다. 그렇다면 살충제로 죽이면 되지 않을까. 그런 방법은 여기선 환영받지 못한다. 벌과 나비가 하는 꽃가루받이를 여기선 파리가 해주기 때문이다. 즉, 이곳 파리는 생태계의 중요한 고리를 이루는 생명체다.
나는 똑같은 경험을 미국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에서 해봤다. 이곳은 갈대로 뒤덮인 거대한 늪지로 서울의 열 배쯤 되는 곳이다. 늪은 한여름엔 모기천국이다. 그런데도 나는 전혀 대비 없이 찾아갔다. 가장 황당했던 것은 로지(숙소) 건물 자체를 방충망으로 덮은 모습인데 주차장에서 로지까지 20m를 100m 달음질 속도로 뛰었건만 이미 200방쯤 물린 뒤였다. 예정된 나흘의 취재를 마치고 공원을 나설 즈음에는 내가 내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모기에 물린 탓이다.
에버글레이즈에서는 모기약으로 리펠런트(repellent·몸에 뿌리는 모기약)만 허용한다. 하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그걸 모기에게 뿌릴 수밖에. 그러자 로지 주인이 벽을 가리키며 손사래를 쳤다. 거기엔 이렇게 씌어 있었다. ‘공원의 주인은 모기입니다. 당신은 방문객일 뿐입니다.’ 모기를 죽이지 말라는 ‘경고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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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