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종이책 콘텐츠 사용료 논란
A출판사 대표 K 씨는 얼마 전 인터넷 포털 네이버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네이버 측은 “A출판사가 출간한 ‘○○○’ 책의 내용을 인터넷에 맞게 변환시켜 콘텐츠로 활용하고 싶다”고 연락해왔다. K 씨가 네이버로부터 받은 제안에는 ‘책 1권당 콘텐츠 사용료를 1000만 원, 저작권 계약 기간은 10년’이라고 적혀 있었다. K 씨는 “10년이라는 계약 기간을 보고 제안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 종이책, 네이버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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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종이책을 그대로 PDF 파일이나 전자책(e북)으로 변환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 내용만 뽑아 재가공해 ‘백과사전’식 온라인 콘텐츠로 구축하고 있다. 가령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고양이’를 검색하면 ‘고양이 기르기’라는 책의 요약 내용이 뜨고 해당 정보 하단에는 “출처-도서 ‘고양이 기르기’, 저자 김경은, 출판사 김영사”라고 나온다. 회사원 김홍규 씨(35)는 “인터넷 검색 정보는 단편적이거나 부정확할 때가 많은데 지식백과에는 서적에서 볼 수 있는 깊이 있는 내용이 많아 애용한다”고 말했다.
○ “1권당 1000만 원에 기간은 10년… 지나치다”
현재 네이버와 계약을 한 출판사는 300여 곳. 문학서보다는 대개 골든벨(자동차), 예조원(낚시), 커뮤니케이션북스(미디어) 등 특정 분야의 전문서적이나 실용서를 내는 출판사들이다.
네이버와 계약을 한 B출판사 관계자는 “계약 여부를 고민한 끝에 인터넷에서 볼 수 있더라도 종이책 판매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아 제휴했다”고 밝혔다. 중소 출판사 대표 C 씨는 “네이버 지식백과의 출처를 보고 책을 오히려 사보는 홍보효과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네이버 측은 “절판되거나 시중에서 보기 힘든 책을 살려주는 등 출판사와 상생 관계를 만들고 있다”고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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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출판사 K 대표는 “10년에 1000만 원이면 1년에 겨우 100만 원꼴”이라며 “향후 전자책으로 수익을 낼 수도 있고, 책이 재조명될 가능성도 있는데 푼돈으로 책의 가능성을 ‘제로’로 만드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용서를 주로 내는 출판사의 편집자 D 씨도 “처세술이나 자기계발서, 트렌드 관련 서적의 경우 인터넷에서 알짜 내용이 공짜로 공개되면 굳이 돈 주고 종이책을 사 볼 이유가 없다”며 종이책 판매가 위축될 것을 우려했다.
출판사와 저자 간에 갈등이 불거질 소지도 있다. 보통 종이책의 경우 저자 인세 등 저작권 계약이 3∼5년 단위인데 출판사가 네이버와 10년간 저작권 계약을 할 경우 저자에게 저작권료를 추가 지급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이버의 제안에 솔깃해 하는 출판사는 늘어날 것으로 출판계는 보고 있다. 불황 속에 경영난을 겪는 출판사가 많기 때문. 출판사 대표 E 씨는 “안 팔리는 책 5권만 계약하면 당장 5000만 원은 생기는 셈이니 다들 불리한 조건인 줄 알면서도 네이버와 계약하는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