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조계사 앞 도로 줄여 인도 확장 재검토를”
우정국로 차로 감축 후 조감도. 서울시 제공
박 시장은 9월 4일 ‘서울시정 4개년 계획’을 직접 발표하며 민선 6기의 밑그림을 밝혔다. 박 시장은 당시 2018년까지 우정국로, 세종대로, 삼일대로, 창경궁로 등 4대문 내 도심 도로 15.2km의 차로를 1, 2개씩 줄이는 대신 인도와 시민문화활동을 위한 공간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우선 보신각∼안국동로터리를 잇는 우정국로(740m)의 차로를 내년까지 양방향 1개 차로씩 줄이기로 했다. 올해 안에 설계를 마치고, 내년 상반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서울시의 담당 팀장은 13일 조계종을 찾아가 협의했지만 조계종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서울시와 맺었던 하나의 협약 때문이었다.
조계종은 내부 의견을 수렴해 17일 시에 자승 총무원장 명의의 공문을 보냈다. ‘조계종과 서울시가 공동으로 조계사 일대를 역사문화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계획에 따라 우정국로 일대의 형태와 건물의 사용 용도가 많이 변경될 예정에 있으니 인근 도심 차로 변경 계획의 시행 시기를 늦춰 달라’는 내용이다.
우정국로를 보는 서울시와 조계종의 시각도 차이가 있다. 시는 현재 왕복 6차로인 도로를 4차로로 줄여도 차량 통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조계종은 현재도 갓길에 관광버스 등이 주차돼 사실상 4차로로 운행되고 있는데 도로가 감축되면 차량 통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게다가 서울시가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조계종 관계자는 “13일 서울시가 협의했다고 하지만 우리는 협의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렇게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설명회, 그 이하 정도의 수준이었다”라며 “사실 서울시가 도로 감축을 원점에서 재검토했으면 좋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