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경력 20년 쌓아야 하는 일 맡아… 책임지고 일할 수 있어 힘들어도 보람”
LG상사 팜농장의 20대 직원 4명 중 최고참인 박정민 씨(왼쪽)와 가장 입사가 늦은 박성수 씨가 팜나무 양묘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LG상사 제공
최근 LG상사가 인도네시아 서부 칼리만탄 주(州) 스카다우에서 운영하는 팜농장에서 만난 한국인 직원 김교윤 씨(25)의 말이다. LG상사 팜농장 한국인 직원 12명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김 씨는 대학에서 기계과를 전공했다. 올 3월 이곳에 오기 전까지 한국의 한 공장에서 일을 했지만 막내 직원이 할 수 있는 일은 단순 반복 업무가 전부였다. 김 씨는 “여기서도 막내지만 지금은 한국에서 20년 정도 경력을 쌓아야 할 수 있는 일을 맡고 있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LG상사 팜농장 한국인 직원 가운데 김 씨와 같은 20대는 모두 4명. 2012년 입사한 박정민 씨(27)를 제외하면 나머지 3명은 입사한 지 만 1년이 안 된 신입사원이다. 한국에서는 지방 근무를 꺼리는 게 일반적이라 그들이 이곳을 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전공인 조경학을 살려 한국의 유명 골프장에서 일한 박성수 씨(27)는 “보수는 이전 직장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내가 무언가를 책임지고 일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팜농장에서 쓰이는 모든 중장비 수리는 그가 맡고 있다.
업무상 출장과 휴가를 제외하면 농장을 벗어날 일이 없는 만큼 연애는 꿈도 꾸기 힘든 상황. 인도네시아 여자친구를 둔 류재용 씨(27)를 제외하면 모두 “연애와 결혼이 가장 고민”이라면서도 “기회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쿨’하게 답했다. 팜농장에서 머문 2박 3일 중 마지막 날 막내인 김 씨에게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 대수롭지 않은 듯 이렇게 말했다. “군대 한 번 더 온 셈 치죠. 뭐.”
취업에 앞서 근무지, 연봉, 사내 문화 등 여러 근무 조건을 따지는 것을 당연시하는 한국의 취업준비생들과 너무 다른 의연한 태도에 오히려 기자가 머쓱해졌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