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최정동 지음/432쪽·2만 원·한길사
동아일보DB
이 책은 그가 출생한 아이제나흐에서 묻힌 라이프치히까지, 베토벤이 ‘시냇물(Bach)이라기보다 바다(Meer)다’라고 평가한 대(大)바흐의 궤적을 좇은 여행서다. 바흐의 작품세계를 정밀하게 설명하거나 그의 정신세계에 새로운 빛을 비추는 데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차근차근 저자의 순례를 따라가다 보면 시대의 특징에 비춰진 대작곡가의 진솔한 면모를 만나게 된다.
10대에서 20대 초반까지 지속된 아른슈타트 교회 오르가니스트 시절의 모습은 의외를 넘어 코믹하다. 파곳 연주가의 실력을 힐난하다 주먹다짐에 이르고, 코랄 전주곡이 길다는 교회 관리들과 갈등을 빚다 몇 소절만 치고 끝내 회중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그의 삐딱한 면모는 탄생 300주년을 맞아 이 도시에 세워진 조형물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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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에는 불만이 남는다. 바흐의 음악 세계는 기하학적이기까지 한 논리적인 완결미가 돋보인다. 정서적인 측면을 찾아본다면 개인적이기보다는 교회적이고 영적인 면에서 두드러진다. 바흐가 아내와 사별할 무렵 쓴 바이올린과 쳄발로를 위한 소나타 1번 1악장에서 착안한 제목이지만, 그의 전 궤적을 돌아보는 책의 제목으로는 아무래도 적합하지 않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