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에서 국민들로부터 일시 박수갈채를 받은 정책들이 장기적으로는 국익을 훼손한 경우가 적지 않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뒤이은 실언이 그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전 아사히신문 주필인 와카미야 요시부미 씨가 아베 신조 정권 재탄생의 추동력이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에 대한 발언,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국 내 반일 소요와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라고 분석한 것이 지금은 상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실망스럽게도, 박근혜 정부의 대일 외교도 허와 실을 구분하지 못하여 실패하고 있다.
지금 일본 내 반한 움직임이 너무나 공공연하다. 우리 정부의 계속적인 대일 강경 자세에 대한 반발이 이에 일조한 것임은 물론이다. 이렇게 반한 분위기가 고조되니 일본 내에서 아베 정권의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 세력이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건성으로라도 아베와 정상회담을 했다면 고노 담화의 검증 같은 일을 벌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한일 관계에 대한 어느 정도의 고려와 함께 일본 내에서의 견제가 작용했을 것이란 말이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관해 청구권협정에 대한 기존의 법률적 해석을 벗어난 외교적 결단으로 배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우리가 이 문제를 끌어서 나타난 결과는 고노 담화와 같이 이전에 확보해 놓은 진상을 흠집 낸 것뿐이었다. 한일 관계에 대한 애정과 양심에 따라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같은 역사적 문서들의 발표에 앞장선 인사들이 매국노로 매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소중한 자산인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하였는가.
유광석 전 외교부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