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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 심술… 세 남자가 웃었다

입력 | 2014-10-21 03:00:00

준PO 2차전 우천 연기… 21일 재개




심술궂은 가을비에 20일 창원 마산구장을 찾은 팬들은 허무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날 열릴 예정이던 NC와 LG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은 경기 전 내린 비로 하루 연기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경기 개시 예정 시간이었던 오후 6시 반부터 16분을 더 기다렸으나 비가 잦아들지 않자 결국 우천순연을 발표했다. 통산 14번째 포스트시즌 우천 연기다.

재미있는 것은 우천 연기에 양 팀 감독 모두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전날 1차전에서 13-4 대승을 거둔 양상문 LG 감독은 “오늘도 경기를 했으면 좋을 것 같지만 그동안의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안타와 득점이 많이 나온 다음 날 침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 연기가 우리한테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기 전 굳은 표정이었던 김경문 NC 감독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 김 감독은 “1차전 대패로 선수들이 부담이 컸을 텐데 하루 연기돼 한결 편해졌을 것이다. 선수들이 오늘 집에 가서 푹 쉬고 내일 승리하면 시리즈의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LG 감독 출신인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NC의 손을 들어줬다. 이 위원은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LG가 좋은 흐름일 때 이를 이어가야 했다. 이에 비해 전날 패배로 의기소침해졌던 NC는 여유를 찾을 수 있게 됐다. 양 팀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지만 NC가 좀더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예전에도 비로 취소된 경기는 상승세를 타던 팀에 불리하게 작용하곤 했다. 2001년 삼성은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을 승리했지만 우천 취소로 2차전을 내준 뒤 결국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김경문 감독이 두산 사령탑이던 2009년 SK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는 김현수가 선제 홈런을 치며 앞서갔으나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노게임이 선언된 적도 있다. 그리고 이튿날 두산은 대패를 당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20일 내린 비가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는 하늘만이 알겠지만 또 한 명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을 사람이 있다. 플레이오프에 직행해 두 팀의 승부를 기다리고 있는 넥센 염경엽 감독이다.

원래 일정대로 경기가 치러졌다면 4차전은 23일 열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날 비로 4차전은 24일에 열린다. 만약 4차전에서 최종 승리 팀이 결정된다면 그 팀은 이틀만 쉬고 27일 시작되는 플레이오프에 나가야 된다. 평소보다 체력 소모가 큰 포스트시즌에서 하루 휴식은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만약 최종 5차전까지 간다면 플레이오프는 당초보다 하루 늦은 28일 개막한다.

한편 KBO는 21일에도 비가 쏟아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인천 아시아경기 등으로 올해 포스트시즌은 역대 가장 늦은 11월 12일에 끝날 예정이었다. 계속된 비로 일정이 더 미뤄진다면 자칫 ‘겨울 잔치’가 될 수도 있다.

창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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