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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남 “난 그저 내 작품을 복제해 쌓아 왔을 뿐…”

입력 | 2014-10-21 03:00:00

박영남 ‘Self Replica’전




박영남의 아크릴화 ‘달의 노래’ 연작 중 2014년 작품. 작가는 “손으로 물감을 밀고 당기며 긋는 부정형의 몸짓이 저절로 무언가가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금호미술관 제공

“나는 창작을 해본 적이 없다. ‘예술은 창작’이라는 등식이 내게는 낯설다.”

11월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금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박영남 국민대 회화과 교수(65)는 ‘Self Replica(자기 복제)’를 전시 주제로 내세웠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언제나 그저 자신의 작품을 복제해 쌓아 왔을 뿐이라는 이야기다. “충동에 휘둘려 작업을 하느라 형식 안에 내용을 담을 겨를이 없다”는 그의 고백은 온갖 멋들어진 전시표제 더미 사이에서 색다른 기대감을 안긴다. 인간이 주어진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정함으로써 작가는 새로운 출발선을 그었다.

‘달의 노래’ 연작 200여 점을 포함한 300점의 회화는 서로 닮은 듯 다르다. 작가는 눈앞에 놓인 캔버스에서 확고한 주제나 형식은 물론이고 최소한의 형태까지 배제했다. 어떤 대상으로부터 얻은 인상을 조형의 선, 면, 색채로 바꿔 ‘묘사’하지 않고 ‘재현’했다. 그는 “작품의 주제, 표현 대상, 의미를 먼저 정한 뒤 이미지와 색채를 종속시키는 관행을 거부하고 싶었다”고 했다. 모든 작업은 인공조명을 쓰지 않고 해가 떴을 때만 붓이 아닌 손가락에 물감을 묻혀 그렸다. 몸이 만들 수 있는 최선의 이미지를 반복해서 뽑아내며 자신의 밑바닥을 헤집어 드러냈다.

지하 전시실에는 스테인드글라스 작업 ‘빅 애플’을 설치했다. 작가는 19년 전부터 오스트리아의 한 수도원 공방과 독일의 유리 연구소를 오가며 스테인드글라스 기술을 배웠다. 대전 송촌성당 벽면을 시작으로 개인주택 스테인드글라스 작업도 꾸준히 이어 온 독특한 행보의 결과물도 확인할 수 있다. 02-720-5114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