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엄마팬’ 시대
아이돌 팬들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소녀팬에서 이모팬을 거쳐 ‘엄마팬’의 시대가 열렸다. 엄마팬들은 팬 활동이 인터넷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랜(LAN)선맘’으로, 좋아하는 스타를 ‘랜선으로 낳은 자식’이라고 부른다. 때론 아이돌의 미래까지 치밀하게 계획해 지원하는 ‘유사 육아’의 모습을 띠는데 도를 넘는 극성스러운 활동은 ‘맘질’로 불린다.
엄마팬들은 아이돌의 ‘스펙’에 도움이 될 만한 일에 발 벗고 나서는 것은 물론이고 관계자들에게 선물공세를 펼치기도 한다. MBC 월화드라마 ‘야경꾼일지’에는 동방신기의 멤버 유노윤호(정윤호)가 주연급으로 나온다. 유노윤호의 팬들이 모인 한 인터넷 게시판은 8월 초 제작진 전원에게 각종 세면도구 150세트부터 단체 티셔츠, 바닷가재와 스테이크가 포함된 뷔페까지 선물했다. 드라마의 메인 PD에게는 별도로 고가의 샴페인과 전문 화가가 그림을 그린 합죽선, 건강보조식품을 전달했고, 작가에게는 도자기 브랜드의 다기 세트와 고급 녹차를 따로 선물했다. 아이돌 팬페이지를 운영한 최모 씨(26)는 “아이돌 멤버가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팬들이 ‘내 멤버’를 잘 봐달라는 뜻에서 돈을 모아 작가와 PD, 제작진에게 선물한다”며 “실제로 출연 분량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아이돌 멤버 여럿이 출연할 경우 경쟁이 붙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민희 대중음악평론가는 “엄마팬들은 사회생활 경험이 있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이를 지원할 능력도 있다”며 “아이돌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려는 강력한 집단의 성격을 띤다”고 설명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20, 30대 미혼 여성들이 아이돌 팬덤을 통해 일종의 ‘엄마놀이’를 하는 것”이라며 “이들은 엄마의 지원과 보호, 관리 아래 자라온 세대로 자기가 경험한 모성의 특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