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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대표로 나온 ‘천안함 주범’에 사과 요구

입력 | 2014-10-16 03:00:00

[남북 군사회담]
南北 군당국, 3년8개월만에 접촉






15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이뤄진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에서 양측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편 왼쪽부터 김기웅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직무대리,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문상균 국방부 군비통제차장. 오른편 왼쪽부터 곽철희 국방위 정책부국장, 김영철 국방위원회 서기실 책임참사 겸 정찰총국장, 이선권 국방위 정책국장. 국방부 제공

3년 8개월 만에 판문점에서 가진 5시간여 동안의 군 당국 간 공식접촉에서 남북은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북한은 자신들이 설정한 ‘서해 해상경비계선’의 인정과 대북 전단(삐라) 살포 및 비방 중상 금지를 강력히 요구했지만 남측이 이를 거부했다.

남측은 모두 발언에서 2010년 발생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측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한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도를 넘은 인신공격성 비방에 대해서도 강력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분위기는 긴장감이 넘쳤지만 말꼬리를 잡는 식의 감정대립 양상은 아니었다고 한다. 오히려 남측이 30일로 제의한 2차 고위급 접촉의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북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 천안함 폭침 주범에 책임 묻는 팽팽한 기싸움

이날 군사당국 접촉에 북측이 김영철 군 정찰총국장을 내보내면서부터 불꽃 튀는 설전이 예고됐다. 우리 군 당국은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지목했던 그가 대표로 나온 만큼 북측 책임을 따질 좋은 기회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천안함 책임 시인 및 사과 요구에 대해 김영철은 여전히 발뺌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북측은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우리 정부가 취한 ‘5·24조치’의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 측은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북측 책임이라는 점을 분명히 상기시켰다”고 말했다. 5·24조치 해제를 위해선 북측의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확인시킨 것.

북측은 또 이날 접촉에서 서해 해상경비계선 내 남측 함정의 진입 금지를 요구했다. ‘서해 해상경비계선’은 북한이 2004년 12월부터 주장해온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으로 웅도 아래쪽 어장을 비롯한 북방한계선(NLL) 남측 지역이 포함된다. 군 관계자는 “남측의 NLL 불변 주장에 김영철 북측 단장 등 북측 대표단의 얼굴이 크게 일그러지는 등 딱딱한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말했다. 북한은 남측 민간단체의 대남 전단 살포 중단도 거듭 요구했다. 2004년 남북 간 심리전 중단 합의의 정면 위반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아울러 북측은 언론을 포함한 비방 중상 금지도 요구했다.

○ 북, 2차 고위급 접촉 ‘간 보기’

북측이 이번 접촉을 제의한 목적은 2차 고위급 접촉에 앞선 대남기류 파악이라는 분석이 많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회담에서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요구한 배경은 2차 고위급 접촉에 대한 남측의 진의를 파악하려는 차원이 크다”고 말했다.

북측의 핵심 요구사항을 남측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를 사전에 파악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남측이 수용불가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북측이 어떤 식으로든 추가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북측이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2차 고위급 접촉의 전제조건으로 내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북측이 2차 고위급 접촉 합의를 파기하는 사태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입장에서는 군사회담과 고위급 접촉을 연계하고 2차 고위급 접촉이 열릴 때까지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이며 회담 협상력을 높여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김정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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