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에 국내 개인전 연 佛 신체행위예술가 오를랑
《 흑백으로 나누어 염색한 뒤 곧추 세운 머리, 형광색 의상, 눈두덩에 과장되게 그려 넣은 속눈썹, 그리고 반짝이로 장식한 이마의 혹 두 개. ‘몸으로 예술 하는’ 작가다웠다.
프랑스의 신체행위예술가 오를랑(ORLAN·67)이 시선을 확 잡아당기는 차림으로 10일 오후 개인전 ‘마스크, 경극 가면 디자인과 증강현실’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평창30길 갤러리 세줄을 찾았다. 2001년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 갖는 개인전이다(다음 달 18일까지).
14일 오후 2시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특별 강연도 한다. 》
갤러리 세줄 전시장을 찾은 오를랑. 사진 촬영이 시작되자 그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101마리 달마시안’의 마녀 크루엘라 드빌처럼 염색한 머리를 매만지고, “너무 반짝인다”며 성형수술로 만든 이마 혹의 반짝이를 털어낸 뒤, 밋밋한 팔을 화려한 토시로 가렸다. 뒤쪽으로 보이는 작품 속에서도 오를랑의 상징처럼 돼버린 이마의 혹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은 디지털 기술로 피부를 벗긴 채 자유의 여신상 포즈를 취한 오를랑이 나오는 비디오 작품.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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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없이 내 몸을 조각해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할 수 있어 신난다. 주제 의식은 성형 퍼포먼스 때와 같다. 사회나 정치적 압력에 의해 변화한 몸에 관심이 있다.”
―중국의 경극 시리즈는 커가는 중국 시장을 의식한 것인가.
“오래전부터 경극에 관심이 많았다. 경극에선 여자 배역도 남자가 한다. 여자에게 금지된 영역에 도전했다는 것, 이미지의 틀을 깨고 나온다는 것이 이번 작업의 핵심이다.”
경극 시리즈는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 작품의 이미지를 스캔 하면 증강현실을 체험할 수 있다. 증강현실 속에서 오를랑은 액자에서 빠져나와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마스크를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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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이란 고정불변이 아니라 유목적이며 만들어가는 것이다. 내 작업은 주어진 것, 타고난 것들에 맞서는 투쟁이다. DNA는 나의 라이벌이다.”
이번 전시에는 비디오 설치 작품도 있다. 피부가 벗겨진 작가의 이미지가 온몸으로 바닥의 치수를 재고, 자유의 여신상 포즈를 취하는 내용이다.
―작품을 보면 ‘나는 자유롭다. 내가 세상의 척도다’라고 선언하는 것 같다.
“예술가의 초상을 표현한 것이다. 껍질이 벗겨져 신경이 곤두선 상태, 그리고 자유로운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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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시인 르네 샤르의 시 구절은 내 좌우명이다. 이런 내용이다. ‘세상을 교란시키려 오지 않은 자는 존중할 필요도, 인내심을 가지고 대할 필요도 없다. 행복을 붙들고 위험을 무릅써라.’”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