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포수목원의 사계’ 쓴 고규홍씨 ◇천리포수목원의 사계/고규홍 지음/528쪽·2만7000원/휴머니스트
저자가 강원 영월군 법흥사의 상수리나무 앞에 서 있다. 온갖 나무를 취재하기 위해 전국을 누비는 그는 이번 신간에서 천리포수목원의 사계절을 그렸다. 고규홍 씨 제공
그의 마음을 훔친 건 목련의 한 종류인 ‘리틀젬 태산록’. 목련 중 거의 유일하게 7월부터 11월까지 꽃을 피우는 종이다. 어린 시절 집 앞 여고 교정에 서 있던 목련의 아련한 추억이 떠올랐다. 이 나무와의 인연은 이후에도 각별했다. 천리포수목원의 창립자이자 그를 수목원으로 이끈 고 민병갈 선생도 생전에 리틀젬 태산록을 많이 아꼈다. 2002년 세상을 떠난 그의 유골은 수목장을 거쳐 이 나무의 뿌리 곁에 묻혔다. 저자는 1∼12월까지 각 계절을 대표할 수 있는 천리포수목원 식물들의 생태적 특성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에 얽힌 사연도 잔잔하게 풀어냈다.
―천리포수목원은 무엇이 특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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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이 많아져 아쉬운 점이 있다면서 왜 이 책을 썼나. 사람이 더 몰릴 텐데….
“늘어나는 방문객을 막을 수 없다면 어느 시기에 어떤 꽃이 아름답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 수목원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걸 모르는 관람객들이 아무 곳에나 마구 들어가 나무와 꽃을 망치기 때문이다. 수목원 직원들은 아침 일찍 경내를 둘러볼 때마다 벚꽃이 떨어진 길조차 밟지 않으려고 멀리 돌아갈 정도로 이곳을 귀하게 여긴다.”
―지금 수목원에서 꼭 봐야 하는 식물을 하나만 꼽는다면….
“10월에는 역시 국화 종류가 가장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진다이 개미취’를 추천하고 싶다. 지금이 이 꽃이 가장 예쁠 때인데 온갖 종류의 벌과 나비들도 꼬인다. 일본에서 개량된 품종인데 키가 1.5m까지 크고 보랏빛 꽃이 화려하다. 게다가 꽃송이도 많고 개화 기간도 긴 편이다. 다음 주가 지나면 이곳 단풍도 추천하고 싶다. 천리포수목원의 단풍은 특유의 이국적인 정취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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