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원 정치부 차장
이 원내대표를 8일 국회 집무실에서 만났다. 격식 차리지 않고 궁금한 것을 물었고 답변도 시원시원했다.
―9월 26일 본회의 법안 처리가 무산된 뒤 즉각 사의를 표명했는데, 즉흥적이었나.
광고 로드중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실망했다던데….
“9월 30일 야당 등원 뒤 법안을 처리한 것이 결과적으로 나았다는 말도 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의장이) 친한 동료이기도 해서 찾아가서 ‘언제까지 이럴 건데?’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따졌다. 나라면 무조건 26일에 (처리)했다.”
이 원내대표는 “2009년 12월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해 충남지사직을 던졌던 당시와 이번 세월호 협상이 내 정치 역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며 담아뒀던 이야기를 꺼냈다.
“하루에 3억5000만 원, 한 달에 100억 원씩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데 아무도 이야기를 못한다. 그게 현실이다. 합리적 이성이 마비됐다. 모두 비정상이다.” 남은 실종자를 찾아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수긍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인 줄 알면서도 누구도 용기 내 말하지 못하는 것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광고 로드중
“MB(이명박 전 대통령) 때도 수차례 들어 새삼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원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바란다고 되는 자리가 아니다. (거론돼서) 기분 좋다. 하지만 난 초연하다.”
‘사심 없다’는 사람답지 않게 이 원내대표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줄줄이 꿰고 있었다. 40년 공직생활의 20년은 국내 정치를, 3년은 경제기획원을, 7년은 해외 경험을 했으니 절묘한 균형 아니냐는 반문의 속내는 ‘나만 한 사람 없다’는 자신감이다.
내친김에 ‘비박(비박근혜)’계 대표 주자로 차기를 향해 진군하는 김무성 대표(무대)를 보는 속내도 물었다. 그는 “긍정적”이라고 하면서도 ‘아직까지는’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업무 스타일에 대해서도 “괜찮다. 적절한 수위 조절을 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5월 당시 원내대표가 되고 싶어 했던 이주영 의원을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남경필 의원을 경기지사 후보로 차출하는 한편 정갑윤 의원을 국회부의장으로 선회시키며 ‘청와대’가 옹립한 원내대표가 이완구다.
광고 로드중
그렇게 이완구는 운명처럼 친박이라는 울타리로 빨려 들어갔다. 청와대는 그가 15대 동기생인 ‘무대’의 파죽지세를 견제할 강단이 있다는 점을 효용가치로 여기고 있다는 말도 있다. 총리 자리는 그 싸움이 성과를 거둘 때 쟁취할 수 있는 전리품일지도 모르겠다.
하태원 정치부 차장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