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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허진석]장난감 vs 월급쟁이 아빠

입력 | 2014-10-06 03:00:00


허진석 채널A 차장

그제 저녁 일곱 살 아들과 마트에 가야 했다. 2주 전, 겨우 달랬는데 결국 다시 간 거다. 아들이 꽂힌 건 일본 반다이사의 ‘프테라킹’. 월급쟁이 아빠들 사이에 ‘악명’ 높은 ‘파워레인저’ 로봇 시리즈 중 하나다.

파워레인저와 ‘또봇’, ‘키마’ 시리즈는 예닐곱 살 남자 아이들의 ‘핫 아이템’이다. 거래처에 또래 남자 아이를 둔 부모가 있다면 이런 장난감이 ‘특효약’이다. 조카에게 점수 따고 싶어도 효과 만점.

파워레인저의 악명은 먼저 겪은 아빠들로부터 익히 들었다. “파워레인저에 걸리면 끝장이다. 차라리 또봇이 싸다. 파워레인저는 10만 원, 또봇은 5만 원이라고 생각해라.” 그래서 몇 년 전 또봇을 사주기 시작했는데…. ‘올 것이 왔구나!’

그러나 그날 프테라킹을 사는 데 실패했다. 품절. 슬픈 눈으로 발길을 돌리는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아빠들 눈에는 장난감 회사의 전략이 보인다. 애니메이션 같은 TV극. 그런데 달라진 게 있다. 예전엔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장난감으로 나왔지만, 요즘은 장난감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레고의 키마 애니메이션을 보라. 주인공들은 손가락이 아니라 레고 인형처럼 속이 비고 한쪽이 트인 원통형 손을 갖고 있다. 감정을 격하게 드러내야 하는 상황에서도 얼굴에서는 그 변화를 읽기 힘들다(이런 게 아이들의 감정 표현에 미치는 영향을 누가 연구 좀 했으면 좋겠다). 로봇 태권V의 주인공 훈이 영희와는 다르다.

또봇 회사 사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예전처럼 애니메이션이 유행한다고 급히 장난감을 만드는 게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장난감을 만든 뒤 애니메이션을 만든다’고 말했다. 장난감 품질이 좋아졌다는 취지였지만, 장난감이 우선이란 것도 실토한 셈이다.

사정이 이러니 요즘 이런 TV극은 광고와 진배없다. 최신작 또봇 애니메이션에는 붉고 푸른 옷을 입은 다섯 악당 로봇이 나오는데, 딱 봐도 ‘경쟁자’인 파워레인저다. 물론 아들은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파워레인저는 착한 편이지 악당이 아니란다).

문제는 전략을 알아도 극복이 힘들다는 거다. 애니메이션이 거듭되면서 등장하는 새 파워레인저, 새 키마, 새 또봇이 많은 가정에 쌓여가는 이유일 게다. 일에 치인 아빠들, 장난감 회사 전략까지 상대할 여력이 없다.

아들은 그날 빈손으로 오지 않았다. ‘바이클론즈’라는 로봇에 손을 댔다. 5만 원대여서 내심 안도하며 설명을 보는데 ‘여러 대를 모아서 결합하면 거대 로봇이 됩니다.’ 헉!

극복의 힌트는 또봇 회사 사장이 줬다. “바이클론즈는 밖에서 노는 시간이 많아지는 취학 연령대용이라 또봇보다 많이 팔리지 않겠지만 향후 키덜트(어린이 감성을 가진 어른) 시장과의 연결고리용으로 만든 것”이란다.

그래, 밖에서 더 놀리자! 단순한 정답. 체력이 더 필요했고, 아침 팔굽혀 펴기가 시작됐다.

허진석 채널A 차장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