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신종훈-함상명 잇단 금메달… 1980년대까지 한국 최고의 메달밭 침체 빠지며 도하-광저우 노골드… 12년 만에 웃으며 재도약 신호탄
金 주먹들 ‘불굴의 주먹’ 신종훈(25·인천시청)이 3일 인천 선학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아경기 남자 복싱 49kg급 결승전에서 비르잔 자키포프(30·카자흐스탄)에게 3-0 판정승을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왼쪽 사진). ‘무서운 10대’ 함상명(19·용인대)도 이어 열린 56kg급 결승전에서 장자웨이(25·중국)를 3-0 판정승으로 이겼다. 인천=변영욱 cut@donga.com·김미옥 기자
두 눈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지만 신종훈(25·인천시청)은 연신 웃었다. 목소리는 평소보다 높고 떨렸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잇달아 실패했던 아픈 기억이 이날만은 말끔히 씻겨나간 듯했다. 링 위에서 누구보다 빨라 ‘소닉(Sonic·음속의)맨’으로 불리는 신종훈이 한국 복싱에 12년 만의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선물했다. 신종훈은 3일 인천 선학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라이트플라이급(49kg) 결승에서 카자흐스탄의 비르잔 자키포프를 상대로 3-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한국 복싱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최고의 효자 종목이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김광선과 박시헌이 금메달을 땄고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에서는 12개 전 체급을 휩쓸었다. 하지만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배고픈 운동’으로 알려진 복싱을 하겠다는 사람이 급속히 줄었고 국제대회 성적도 곤두박질쳤다. 2002년 부산 대회 금메달 3개 이후 금맥이 뚝 끊겼다. 2006년 도하 대회에서는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는 동메달만 2개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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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훈은 메달리스트 공식 기자회견이 끝난 뒤 갑자기 마이크를 잡았다.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였다. “12년 만에 복싱에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많은 사람이 안 된다고 했지만 복싱의 부활을 위해 정말 피나는 노력을 했습니다. 앞으로 복싱을 많이 사랑해 주세요.”
신종훈에 이어 함상명(19·용인대)이 밴텀급(56kg) 결승에서 중국의 장자웨이를 3-0 판정으로 누르고 한국에 2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라이트웰터급(64kg) 임현철(19·대전대)과 라이트헤비급(81kg) 김형규(22·한국체대)는 각각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복싱은 인천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의 성과를 거뒀다.
인천=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