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법원 판결 뒤 형량 줄여주기 폭행 - 성추행 장병 등 5년간 359건… “결혼 앞둬” “평소 성실” 사유도 황당
2011년 7월 공군의 A 일병은 여자화장실에 몰래 들어가 화장실 칸막이 아래로 휴대전화를 넣었다가 적발됐다. 명백한 ‘몰카’ 행위였다. 결국 A 일병은 2012년 1월 10일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으로 3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그러나 하루 만에 벌금 액수는 200만 원으로 깎였다. 군 지휘관은 감경(減輕) 사유에 대해 “술을 너무 많이 먹은 데다 초범이고 미수에 그쳤으며 부모의 가정형편이 어려운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육군 B 일병은 다른 사람들과 공모해 한 취객을 폭행해 기절시켰다. 그는 취객의 바지 주머니에 있던 현금 6만 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군사법원 재판부는 “피해자의 얼굴을 때려 전치 7주의 상해를 가했다”며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B 일병의 지휘관은 직권으로 형량을 2년으로 줄였다. ‘평소 성실한 근무 태도’를 보인 데다 ‘초범이고 가담 및 피해 정도가 경미하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피해자 처벌 불원’은 군사법원 판결 당시 정상 참작을 이미 했는데도 해당 지휘관은 같은 이유로 거듭 형을 감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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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경권은 사단장 이상 지휘관(관할관)이 소속 부대원의 형량을 임의로 줄여주는 권한으로 군사법원에만 있는 제도다. 군사법원법 379조는 “관할관은 형이 과중하다고 인정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감경권은 법관이 아닌 지휘관이 자신의 휘하에 있는 부하를 상대로 형을 감형한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제 식구 감싸기… 군기문란 불러” ▼
軍, 5년간 359건 감형
‘범죄 봐주기’와 ‘제 식구’ 감싸기로 남용되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지휘관이 ‘법보다 위에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감경 범위도 지휘관의 재량에 맡기고 있어 사실상 ‘고무줄 감경’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전반적으로 군기가 문란해지고 최악의 반인륜 범죄인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이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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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육군의 한 이병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벌금 600만 원을 선고받았지만 ‘결혼을 앞두고 있고 그동안 군복무를 성실히 해왔다’는 이유를 들어 지휘관 직권으로 벌금을 400만 원으로 줄여줬다.
2012년에는 육군 중사가 운전을 하다가 사람을 다치게 해 300만 원의 벌금을 받았지만 지휘관은 “초범이며 주행거리가 3m밖에 되지 않는다”며 180만 원으로 깎아줬다. 1년 전에도 육군 대위는 무면허운전이 적발돼 25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졌지만 “구간이 짧다”며 50만 원이 깎였다.
지난해 육군 상사는 음주운전을 했지만 지휘관은 “전날 음주로 인한 다음 날 음주단속에 적발된 점 등을 고려했다”며 벌금 70만 원을 40만 원으로 줄여줬다.
해군의 지휘관들도 다르지 않았다. 2012년 9월 해군 상사는 엉덩이를 만지는 등 만 13세 미만의 이웃집 자녀를 강제로 성추행해 5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하지만 지휘관은 ‘깊이 반성한다’는 이유만으로 350만 원으로 감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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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