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일본 엔화 환율이 한때 달러당 110.09엔까지 치솟았다. 달러당 엔화 환율이 110엔을 돌파(엔화 가치는 하락)한 것은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최근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 강세의 ‘슈퍼 달러’ 폭풍이 한국시장까지 몰아닥쳐 어제 코스피는 1,970 선으로 떨어졌다. 국제사회가 일본의 장기불황을 탈피하기 위한 엔화 약세를 사실상 용인하면서 엔화 약세(엔低)는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한국의 원화에 대한 엔화 가치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100엔당 원화 환율은 얼마 전 950원대까지 하락했다. 2011년 10월의 월평균 원-엔 환율이 100엔당 1499원이었으니 3년 만에 36% 급락했다. 일각에서는 1, 2년 안에 100엔당 800원 안팎까지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현대차와 도요타처럼 한국과 일본은 세계 시장에서 경합하는 제품이 많아 지나친 엔저는 우리 수출기업에 타격을 준다.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 할 것 없이 기업 실적이 크게 나빠진 데는 엔화 약세 가속화의 영향이 적지 않다.
한국의 현대 경제사에서 급격한 엔저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1995∼1997년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30% 이상 오르면서 수출이 격감하고 경상수지 적자는 급증해 1997년의 외환위기를 부른 출발점이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엔화 강세에 급증한 한국 수출은 2012년 말 시작된 아베노믹스의 엔화 약세 정책으로 주춤거리게 됐다. 급격한 엔저 현상에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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