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 혁명]<下>경매에서 사전계약제로 바뀌는 농산물시장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양재대로 가락시장 내 도매법인 ‘동부팜청과’의 경매장에서 도매상인들이 상추와 시금치 등을 낙찰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지와 사전에 가격과 수량을 협의하는 이른바 ‘정가수의매매’ 방식으로 물건을 납품받는 상인도 늘고 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경매 거래가 주를 이루던 우리나라 농산물 도매시장에 최근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개인 도매상인들이나 도매법인들이 경매장에 의존하지 않고 생산자와 사전에 계약해 거래하는 이른바 ‘정가수의매매’ 방식으로 농산물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정가수의매매는 그날그날 가격이 변하는 경매 제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산지와 미리 정한 가격으로 거래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가격변동성 완화를 위해 2012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을 개정하면서 정가수의매매를 인정했다. 지난해 5월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 등이 도매시장 내 정가수의매매 비중을 2016년까지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의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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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보완점도 있다. 도매인들이나 농민들 모두 정가수의매매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인식이 부족하고 대규모 수요를 감당할 만큼 규모화된 산지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정가수의매매로 느타리버섯을 도매법인에 납품하는 한 농민은 “정가수의매매 판매 단가가 경매보다 낮아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승구 동국대 교수(식품산업관리학)는 “정가수의매매는 도매상인과 농민 간의 협상으로 이루어지는데 상당수의 영세한 농가들은 아직 협상 방법을 몰라 불리한 경우가 많다”며 “정가수의매매가 도매시장의 새로운 거래 방식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산지의 규모화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