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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만큼 호불호 갈리는 과목 있을까? ‘수포자’ 잡으려면…

입력 | 2014-09-19 14:41:00


지난 7월말 우석대 진천캠퍼스에서 열린 \'보재 이상설 선생 숭모 수학캠프\'. 참석한 중학생들은 놀이를 통해 수학의 원리를 깨닫고 난 뒤 수학의 재미에 푹 빠진 경험을 했다.

수능시험 과목 중 수학만큼이나 호불호가 갈리는 과목도 없을 것이다. 수학이 대학의 당락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비중도 크다. 수학자 대부분은 '수학은 알고 보면 참 재미있는 학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수학은 골치 아프고 어려운 과목'이라고 말한다. 둘 사이에 괴리가 크다. 우리는 수학 덕에 편리하게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층 빌딩도 자동차도 비행기도 그 탄생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것은 수학이었다. 가로 세로 비율이 1:1.414인 금강비는 a4용지에 적용됐고 석굴암과 그 안에 모셔진 본존 부처와 부석사 무량수전의 바닥 면적이 금강비에 맞춰진 것도 어찌 보면 '수학적 산물'이다.

수학을 포기한 '수포자'의 속출은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한 입시용 수학 달인만 양산하고 자칫하면 계층을 가르는 과목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가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모든 학생들이 수학을 친근하게 느끼도록 해야 할 절실한 이유다. 아무리 수학이 재미있다고 주장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렵게 생각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르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세계수학자 대회의 주제는 '나눔으로 희망이 되는 축제'였다. 수학자들이 말하는 나눔이란 무엇일까? 수학의 긍정적인 면을 더 많이 알려주고자 하는 마음은 아니었을까. 긍정적인 것은 대학에서도 이런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7월 말 우석대 수학교육과가 진천캠퍼스에서 개최한 '보재 이상설 선생 숭모 수학캠프'도 학과가 그동안 꾸준히 노력해왔던 '재미있는 수학' 알리기 중의 하나였다.

안승철 우석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과도한 입시 교육에 매몰돼 수학의 진면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을 깨야 수학이 산다"라고 말한다.

수학교육과 안승철 교수는 "중학생 대상의 수학캠프였는데, 놀이와 게임을 통해 수학의 원리를 자연스럽게 체득하는데 목적을 뒀다. 그동안 수학은 변별력이 좋다는 이유로 아이들 등수 매기는 과목으로만 여겨져 수학의 진면목이 가려져 있었다. 참가했던 아이들이 '수학이 이렇게 재밌는지 몰랐다' '수학자가 되고 싶다'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고 했다.

1박 2일간의 캠프를 이끈 강사들은 전부 수학교육과 학생들이었다. 안 교수를 도와 강사로 참가했던 수학교육과 4학년 나찬열 씨(25)의 말이다. "아이들과 함께 수열의 개념이 들어간 보드게임을 했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원리를 몰라 번번이 졌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수학적 원리를 이해하고 난 뒤에는 강사들을 이겼다. 만약 교실에서 칠판에 수학공식을 적어놓고 설명했더라면 수학을 이렇게 즐겁게 배우지는 못했을 것이다." 나 씨는 교육봉사 동아리 '수학여행' 대표도 맡아 재미있는 수학 알리기에 열심이다. '수학여행' 멤버들은 수학재능기부를 더 잘하기 위해 각종 수학체험단 행사에 틈나는 대로 참석해 새로운 트렌드를 익히고, 교보재도 직접 만든다. '수학여행'은 그간의 체험활동과 교육기부에 대한 평가를 인정받아 한국과학창의재단으로부터 우수 동아리로 선정되기도 했다.

2학년 과목인 '수학교육론'은 수학을 쉽게 전파하기 위한 수학교육과 교수들의 생각을 보여주는 사례. 보통 대학 수학 강의실에서 교구재를 사용하는 일은 드물지만, 과목 담당인 안승철 교수는 "학생들이 나중에 수학교사가 됐을 때 중·고등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가르치는 게 좋다고 생각해 다양한 교구재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학과의 또 다른 교육봉사 동아리인 '트리비얼'의 대표인 3학년 최현기 씨(27)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수학교사가 되면 '수포자'가 늘어나는 걸 막고 싶다. 수학이 모든 아이들에게 놀이로 다가갈 수 있도록 교수님들이 신경을 쓰시는 게 느껴진다. 그것을 바탕으로 동아리 멤버들끼리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수학을 가르칠 수 있을지 연구한다."

수학교육과의 수업 현장.

'교육약자를 위한 교사 양성'이 우석대 수학교육과의 최종 목표다. 쉬운 수학에 대한 고민이 교육약자를 위한 것이라면 교사 양성은 임용고시 합격을 위한 학과의 노력이다. 두 가지 목표를 이루려는 전략의 핵심은 평준화와 집중화다. 평준화 일환으로 교수들은 수학교육과에 입학한 문과 출신 학생들을 위해 이과 수학을 강의한다. 입학 첫 학기에 일주일에 두 번 방과 후 저녁시간에 '기초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2학기 수업을 받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 미적분학 F학점 비율이 50% 이상 감소한다고 한다. 교수들은 또 학생들이 스스로 구성한 스터디 모임도 지도하고 있다.

집중화의 대표적인 예는 학교의 장수군 소재 연수원에서 실시하는 '9박 10일간의 집중 세미나'. 1997년부터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교수와 학생들이 한데 어울려 특강과 세미나로 하루를 보낸다. 임용시험을 앞둔 4학년 학생들과 임용고시 재수생들이 공부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에 수학교육과 임용고시 합격자 대부분은 이 프로그램 출신들이라고.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의 임용고시 합격률이 평균 합격률보다 배 정도 높은 35~40%에 달해 더 많은 합격생을 낼 방안을 강구 중이다. 만약 우석대 수학교육과의 임용고시 합격률이 40% 수준에 이른다면 수도권의 대학들과 견줘도 손색없는 성적이다. 또 3.5년 정도 되는 임용고시 합격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우석대 수학교육과의 바람처럼 쉬운 수학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교단에 많이 선다면 '수포자'란 단어는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수포자였던 한 사람으로서 수학교육과의 도전을 응원하고 싶다.

전주=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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