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현 경제부장
쾌도난마, 또는 일도양단(一刀兩斷)과 같은 뜻으로 서구에서 쓰이는 게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다(cut the Gordian knot)’라는 표현이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기원전 4세기에 고르디우스 왕의 전차에 매달린 매듭을 잘랐다는 전설에서 나왔다. ‘이 매듭을 푸는 이는 아시아의 지배자가 된다’는 예언을 들은 알렉산더는 누구도 풀지 못하던 단단한 매듭을 한칼에 끊었다.
3일 열린 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얽힌 실타래를 끊는 것은 고르디우스 매듭 끊듯이 해야지 조금씩 고치면 부지하세월”이라고 장관들을 타박한 뒤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란 말이 시사용어로 떠올랐다.
또 2차 회의에 참가한 한국메이크업협회 회장은 미용 분야에서 ‘메이크업’ 부문을 따로 떼어내 달라고 요청했다. 메이크업 가게를 내려면 헤어미용 자격증을 따도록 한 규제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었다. 1차 회의 때 ‘네일 미용업을 독립시켜 달라’는 건의와 같은 맥락이었다. 두 건 모두 공무원들이 조금만 꼼꼼히 살폈다면 한 번에 해결될 일이었다.
현 정부 ‘규제개혁의 상징’이 된 푸드트럭 문제를 꼼꼼히 살펴보면 더 큰 문제가 드러난다. 푸드트럭 규제를 풀어 달라는 건의가 1차 회의 때 제기돼 대통령이 개선을 독려하자 관계 장관들은 “곧바로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관련 법률이 금세 개정됐지만 8월 말까지 실제 혜택을 본 푸드트럭은 22대뿐이었다. 영업공간이 유원지로 한정된 탓으로 본 정부는 이달 초 도시공원 등에서도 푸드트럭 영업을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 기대만큼 푸드트럭이 활성화되긴 어려워 보인다. 도심에 식당이 부족한 선진국들과 달리 변두리 골목에까지 음식점이 빽빽이 들어찬 한국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많은 부분은 대통령의 뜻을 축어(逐語)적으로만 수행하는 공무원들의 책임으로 보인다. 수첩에 받아 적는 일은 줄었다지만 여전히 ‘말 그대로’ 따르는 데 급급한 모양새다.
해묵은 규제를 푸는 데 과단성은 꼭 필요한 덕목이다. 해당 부처가 존재 이유를 입증하지 못하는 규제를 자동 퇴출시키는 내용의 ‘규제 단두대(guillotine·기요틴)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새누리당의 결정은 공무원들의 과단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박중현 경제부장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