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혁신 ‘골든타임’]<6>관행이 돼 버린 부정부패 혈연-지연-학연 앞세워 “밥 한번 먹자”… 금거북이 돌려주자 “情이 없네” 뒷말
혈연 지연 학연을 앞세운 불법 로비는 은밀하면서도 끈질기다. 평범한 갑들은 거절하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중앙부처 고위간부를 지내고 퇴직한 A 씨. 그는 한 지방자치단체 부시장 재직 때 황당한 경험을 했다. 승진 발령이 난 부하 직원 한 명이 어느 날 “고맙다”며 금거북이를 내밀었다. A 씨는 말로만 듣던 금거북이를 이때 처음 봤다. 그는 “내가 임명장을 주긴 했지만 이미 전임 부시장 때 승진이 결정된 사람이었다. 두말 하지 않고 돌려줬다”고 말했다. 그러자 해당 직원은 A 씨를 볼 때마다 “이러면 너무 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A 씨는 “같은 말을 자꾸 들으니 내가 부하로부터 면박을 당하는 느낌이었다”며 “뭔가 대접을 해놔야 다음 인사 때 문제가 없을 거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4급 공무원으로 퇴직한 B 씨도 지자체 예산과장 때 고역을 치렀다. 10년 넘게 보지 못한 친구가 갑자기 연락해 나간 자리에 건설업체 간부가 함께 나온 것. 어쩌다 몇 차례 식사를 했는데 갑자기 차 사는 데 보태 쓰라며 현금 1000만 원을 건넸다. 적당히 거절했지만 이런 식의 “밥 한번 먹자”는 연락이 예산과장으로 있는 1년 내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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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팀이 만난 공무원들은 불법 로비가 사회 정의는 물론이고 안전까지 위협한다는 것을 인정했다. A 씨는 “불법 로비를 통해 따낸 계약은 공사비 부풀리기나 무리한 비용 감축으로 이어져 결국 부실 공사의 원인이 된다”며 “강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근절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C 씨는 “팀장부터 팀원까지 모두 아무렇지 않게 접대를 받는데 혼자 거부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문제”라며 집단적인 도덕성 해이를 지적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