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찰 1000명과 총격전 끝 장렬한 자결
1923년 작고한 김상옥 의사의 생전 모습(왼쪽 사진)과 서울 종로구 효제동 72번지에 위치한 김 의사의 격전지. 최근 이 단층 기와집이 허물어질 위기에 놓여 김상옥기념사업회가 고민에 빠졌다. 김상옥기념사업회 제공
이런 김 의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김상옥기념사업회는 최근 고민이 생겼다. 김 의사는 당시 효제동 72번지 가옥과 인근 4채를 옮겨 다니며 총격전을 벌였는데, 그 가옥 중 마지막 남은 기와집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 72번지의 단층 기와집(대지면적 약 90m²)을 소유한 집주인은 최근 이 가옥을 허물고 새로 집을 짓겠다는 의사를 기념사업회에 전해왔다. 다만 기념사업회가 이 집의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자, 집주인은 “그렇다면 8억 원을 주면 팔겠다”고 밝혔다. 당시 격전이 벌어졌던 가옥들 가운데 72번지 가옥 외 네 채는 이미 허물어지고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기념사업회는 당장 집을 매입할 돈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김세원 총무이사는 “김 의사가 일제에 항거해 총격전을 치르고 순국한 곳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72번지는 격전지임과 동시에 김 의사의 생가이기도 하다”며 서울시를 비롯한 관계 당국에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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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시울시 문화재연구팀장은 “시 문화재위원회가 여러 차례 72번지 가옥의 문화재 등록을 검토했지만 모두 부결 의견이 나왔다. 사적이나 등록문화재가 되면 시비나 국비 지원이 가능하지만 지금은 지원 방안이 마땅치 않다”고 설명했다. 국가보훈처는 2005년 “서울시가 땅만 구입해주면 새 건물 건립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문화재 등록이 불발되면서 건립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시는 현장에 격전지임을 알리는 표석 설치도 검토했지만 이마저도 불가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미 김 의사가 일제에 폭탄을 투척한 종로경찰서 앞에 표석이 설치된 만큼 추가 표석 설치는 힘들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위인의 경우 대표적인 장소 한 곳에 표석 한 개를 설치하고 있다. 이미 서울에 300개가 넘는 표석이 있는 상황에서 한 위인이 살아온 발자취마다 표석을 설치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