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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프로 어디선가 본 듯한데?” 종편-케이블 따라하는 지상파

입력 | 2014-08-28 03:00:00


MBC ‘찾아라! 맛있는 TV’의 코너 ‘더 맛’의 한 장면(오른쪽). 식당 주인과 사전 협의 없이 촬영을 하고 맛을 검증한다는 콘셉트 등이 채널A ‘먹거리 X파일’과 비슷하다. MBC TV 화면 촬영·채널A TV 화면 촬영

요리 연구가와 전문 요리사로 이뤄진 ‘맛 검증단’이 맛집을 찾아 나선다.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듯 흔들리는 화면에 맛집 상호를 노출시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주인과 종업원의 얼굴도 모자이크 처리한다. 식욕을 자극하는 ‘먹방’이나 일방적인 맛 칭찬 대신 전문가들의 상세한 맛 평가가 주를 이룬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보다는 건강한 음식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MBC ‘찾아라! 맛있는 TV’의 코너 ‘더 맛’의 형식이다. 맛 검증단 구성부터 촬영 기법, 맛 평가 기준, 해당 식당과 사전 협의 없이 촬영을 진행하는 점까지 채널A ‘먹거리 X파일’의 착한 식당 검증 과정과 비슷하다. 일부 장면은 자막이 없다면 ‘먹거리 X파일’로 착각할 정도다.

특정 프로가 인기를 끌면 유사한 유형의 프로가 양산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케이블 방송은 출범 초기 KBS MBC SBS 등 지상파 TV의 프로를 따라 비슷한 프로를 제작했다. 하지만 요즘엔 이 흐름이 바뀌었다. 종합편성채널(종편)을 포함해 케이블 방송에서 새로운 유형을 개발하면 지상파가 유사 프로를 방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KBS1은 지난해 10월부터 평일 오후 시간대에 ‘뉴스토크’를 내보낸다. 취재 현장에 나가 있는 기자를 연결해 그날의 주요 이슈를 전하고 쟁점 사안에 대해서는 관계자를 초청해 대담하는 형태다. 종편이 출범 초기부터 시도해 대표 상품으로 정착시킨 시사토크 형식을 그대로 따라 한 것이다. SBS ‘모닝와이드’는 최근 ‘탑 뉴스’ 코너를 신설했다. 현장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현안을 해설하도록 하고 취재 현장 연결도 강화했다. 역시 종편 뉴스 프로가 애용하는 형식이다.

이 같은 ‘포맷 따라 하기’는 시사 교양 프로에만 그치지 않는다. 8일 방영을 시작한 KBS2 ‘나는 남자다’는 유재석의 진행으로 ‘남자의, 남자에 의한, 남자를 위한 토크쇼’를 내세웠다. 스토리온의 ‘이승연과 100인의 여자’(2011∼2013년) ‘우먼쇼’(2013년) 등 한때 케이블 TV에서 인기를 모았던 여성 중심 토크쇼와 비교하면 성별만 바뀌었다. 주제에 맞는 일반인 방청객을 대거 초대하고 이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는 점이 닮았다.

17일 방영된 SBS ‘런닝맨’(왼쪽)에는 케이블 방송으로 뜬 ‘핫젝갓알지’가 멤버 구성 그대로 출연했다. 이들은 지금도 케이블채널 온스타일 ‘위시’에 출연하고 있다. SBS TV 화면 촬영·온스타일 제공

케이블 방송에서 인기를 끈 출연진 조합을 지상파 예능 프로가 똑같이 활용한 사례도 있다. 17일 방영된 SBS ‘런닝맨’에는 문희준, 은지원, 데니 안, 천명훈이 ‘핫젝갓알지’(H.O.T., 젝키, g.o.d, NRG의 줄임말)라는 그룹명으로 함께 출연했다. 이들은 지난해 QTV ‘20세기 미소년’에서 ‘핫젝갓알지’로 처음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고 현재도 온스타일 ‘위시’에 나온다.

18일 방영을 시작한 KBS2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은 tvN에서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로 인기를 끌었던 정현정 작가가 대본을 맡은 로맨틱 코미디다. 여자 주인공인 한여름 역은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2의 주연 배우 정유미가 맡아 기시감을 준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케이블이 지상파보다 더 혁신적이라는 인식이 이미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케이블이 실험적이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지상파는 위험을 기피하며 안정 지향적으로 프로를 제작하는 경향은 앞으로 더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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