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를 위한 경제는 있다/J K 깁슨-그레이엄 등 지음·황성원 옮김/320쪽·1만6000원·동녘 다양한 ‘공동체 경제’를 위한 자본주의 개혁 5가지 수단
공동체 경제의 주요 고려 대상 중 하나는 공정무역이다. 생산자의 고통을 무시한 경제는 착취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공정무역은 커피의 최저 가격을 파운드당 1.01∼1.45달러로 보장함으로써 가격 등락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애 기본적 생계유지에 어려움이 없도록 한다. 네팔 커피 재배농이 커피 재배(위 사진)와 수확된 커피 콩 고르기를 하는 모습. 동아일보DB
그래서 이 책에선 현재 주류 경제에서 대안 경제 혹은 공동체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탈환’이라는 개념을 쓴다. 국가 은행 등이 주도하고 보통 사람들은 소비자 역할만 하는 현재의 경제로부터 노동 기업 시장 재산 금융 등 5가지를 탈환해 경제 주체로서의 주도권을 되찾자는 것이다. 그 대안은 저자들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이미 실현되고 있거나 싹트고 있는 모델이다.
이 책은 물질적 행복만을 위한 지불 노동에 매몰된 것에서 벗어나기 위한 다운시프터(Downshifter)를 언급한다. 다운시프터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건강하게 살기 위해, 더 많은 충족감과 만족을 얻기 위해 소득을 줄이고 스스로를 찾는 사람들을 말한다. 물론 이 책은 모든 사람이 이런 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프레임의 변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원리를 받아들여 어떻게 생활에 적용할 것인지 고민할 것을 권유한다.
프레임의 변화는 흔히 알고 있는 ‘공유지의 비극’에도 적용된다. 1968년 개릿 하딘이 주창한 ‘공유지의 비극’은 목동들이 사유지는 잘 보호하는 대신 공유지를 함부로 사용해 결국 못 쓰게 된다는 이론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행위가 타자에게 미칠 영향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기 때문에 사적 소유자가 자원을 책임 있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공유지 등 공유재산이 성공적으로 관리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공동체가 공유재산을 지키는 것이 어렵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자기 이익 추구가 경제를 냉혹한 길로 끌고 간다는 믿음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안 될 것이라고 지레 포기하지 말고, 하나의 ‘정답’ 대신 다양한 ‘대답’을 내놓는다면 공동체 경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 공정무역 지역화폐 협동조합 종업원지주회사 등이 자본주의의 틈새에 남을지,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수단이 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이 같은 경제 주체들의 다양성이 인류의 삶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것은 확실하다. 원제 ‘Take back the econo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