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오전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의 눈가에는 눈물이 비쳤다.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7·30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공동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직후였다.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대표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짧게 말한 뒤 기자들 질문도 받지 않고 떠났다. 제1야당을 이끈 지도자로서 책임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2011년 새 정치지도자를 바라는 국민 앞에 구세주처럼 나타났던 ‘안철수 현상’, 그리고 안 대표의 상징이었던 ‘새 정치’는 이렇게 허망하게 간판을 내렸다.
올 3월 민주당의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의 안철수 의원이 통합 신당을 창당하기로 합의한 순간부터 ‘참패의 씨앗’은 잉태됐다. 양당의 통합은 오로지 지방선거 판도를 새누리당과의 양자 구도로 바꾸려는 정략적 계산의 산물이었다. 원칙 없는 야합(野合)으로 새 정치 아닌 ‘헌 정치’라는 비판이 거셌다. 안 대표는 정치적 고비마다 간만 보다 결국엔 철수(撤收)했다. 서울시장 후보 양보를 시작으로 대선후보, 신당창당, 기초선거 무공천, 동작을 공천 후퇴까지 무려 다섯 번이다. 이렇게 해도 새 정치요, 저렇게 해도 새 정치니 국민은 따라오기만 하라는 ‘오만의 정치’가 아닐 수 없다.
말로는 새 정치를 외치면서 안 대표는 구태정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재·보선 전략공천 과정에서 그는 차기 대선을 노린 정치공학인지 광주 광산을에 천정배 전 의원을 배제하고, 권은희 후보를 꽂아 엄청난 역풍을 불렀다. ‘권은희만 살고 다 죽었다’는 말까지 나왔다. 어떻게든 이기고 보자는 구태는 정의당과의 명분 없는 후보 단일화로 재현됐다. 결국 제1야당 대표로서 탁월한 정치력도, 리더십도 보이지 못한 채 좌초한 것이다. 그가 현실정치에 뛰어든 순간부터 허상이 하나씩 벗겨지기 시작하면서 김종인 윤여준 최장집 같은 멘토 그룹도 줄줄이 떠났다. 윤여준 씨는 “안 대표가 임기를 채웠다면 정치 밑천이 드러났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