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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경영 지혜]빨래꾼의 비법을 전쟁에 활용해 제후가 된 사나이

입력 | 2014-08-01 03:00:00


똑같은 물건이나 기술도 쓰는 사람에 따라 가치가 전혀 달라진다. 쓰는 사람의 안목이 그만큼 중요하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있는 것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더 큰 효용성을 만들어 내는 것도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얘기다. 송(宋)나라에 대대로 빨래만 전문으로 해서 먹고사는 집안이 있었다. 이들은 겨울철에도 빨래를 해야 했기 때문에 찬물에도 손발이 트지 않는 비법의 약을 만들어 사용했다. 일명 ‘불균수지약(不龜手之藥)’이었다. 어느 날 그 지역을 지나던 과객이 백금을 주고 그 기술을 팔라 했다. 이 집안 사람들은 거액을 준다는 말에 기술을 넘겼다.

과객은 그것을 가지고 오(吳)나라 왕에게 가서 자신을 장군의 직책에 등용해 줄 것을 청했다. 당시 오나라와 원수 관계에 있었던 월(越)나라가 군대를 일으켜 오나라로 쳐들어 왔는데, 때는 찬바람 부는 겨울철이었고 마침 양자강 유역에서 수전(水戰)을 해야 했다. 장군이 된 과객은 손 안 트는 약을 대량으로 만들어 병사들에게 바르게 해 강한 전투력으로 월나라 군대를 대파했다. 그는 땅을 하사받아 제후가 되고 대대손손 부를 누리며 살았다.

장자는 이야기 말미에 이렇게 말한다. “똑같이 손 안 트게 하는 약인데, 누구는 그것을 가지고 제후로 봉해지고, 누구는 평생 빨래하는 직업을 못 벗어났다. 같은 물건이라도 누구에 의해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장자는 새로운 안목과 가치로 세상을 보려면 내가 있는 우물 속에서 과감하게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물 안의 개구리에게는 우물 밖의 하늘에 대해 설명해 줄 수가 없다. 여름에만 살다 가는 벌레에게는 겨울철 얼음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 조그만 동네에서 최고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뽐내는 사람에게는 세상의 더 큰 지식을 이해시킬 수 없다. 그들은 모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공간과 시간, 지식의 그물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