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물건이나 기술도 쓰는 사람에 따라 가치가 전혀 달라진다. 쓰는 사람의 안목이 그만큼 중요하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있는 것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더 큰 효용성을 만들어 내는 것도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얘기다. 송(宋)나라에 대대로 빨래만 전문으로 해서 먹고사는 집안이 있었다. 이들은 겨울철에도 빨래를 해야 했기 때문에 찬물에도 손발이 트지 않는 비법의 약을 만들어 사용했다. 일명 ‘불균수지약(不龜手之藥)’이었다. 어느 날 그 지역을 지나던 과객이 백금을 주고 그 기술을 팔라 했다. 이 집안 사람들은 거액을 준다는 말에 기술을 넘겼다.
과객은 그것을 가지고 오(吳)나라 왕에게 가서 자신을 장군의 직책에 등용해 줄 것을 청했다. 당시 오나라와 원수 관계에 있었던 월(越)나라가 군대를 일으켜 오나라로 쳐들어 왔는데, 때는 찬바람 부는 겨울철이었고 마침 양자강 유역에서 수전(水戰)을 해야 했다. 장군이 된 과객은 손 안 트는 약을 대량으로 만들어 병사들에게 바르게 해 강한 전투력으로 월나라 군대를 대파했다. 그는 땅을 하사받아 제후가 되고 대대손손 부를 누리며 살았다.
장자는 새로운 안목과 가치로 세상을 보려면 내가 있는 우물 속에서 과감하게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물 안의 개구리에게는 우물 밖의 하늘에 대해 설명해 줄 수가 없다. 여름에만 살다 가는 벌레에게는 겨울철 얼음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 조그만 동네에서 최고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뽐내는 사람에게는 세상의 더 큰 지식을 이해시킬 수 없다. 그들은 모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공간과 시간, 지식의 그물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