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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이미 北中관계 넘어서… 中은 균형자”

입력 | 2014-08-01 03:00:00

[통일코리아 프로젝트 2년차/준비해야 하나 된다]
상하이 한중포럼서 나타난 北-中 관계 새로운 인식




지난달 30일 동아일보 후원으로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한중평화통일포럼에서 한중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궁커위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원 아태연구센터 부주임,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흥규 아주대 교수, 정지융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 한국조선센터 주임,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 민주평통 제공

“한중 관계는 이미 북-중 관계를 넘어섰다.”(궁커위·공克瑜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원 아태연구센터 부주임)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다면 중국 국익에 대한 큰 도전으로 중국의 대응은 과거와는 다른 방식이 될 것이다.”(정지융·鄭繼永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 한국조선연구센터 주임)

중국의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들의 입에서 “중국의 대북정책이 변했다”는 말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달 30일 상하이(上海)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와 중국 푸단(復旦)대 한국조선연구센터가 공동 주최한 ‘한중평화통일포럼-동북아평화·협력과 한반도 통일’에서 생긴 일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중국 당국에 정책을 제안하는 연구자들의 발언인 만큼 중국 정부 내부의 기류를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이번 포럼은 동아일보가 후원했다.

○ “미중, 북한 붕괴 시나리오도 협의”

중국 측 참석자들은 북한의 긴급사태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지만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기도 했다.

궁 부주임은 “미국에 가서 (북한 붕괴 등 여러 가능성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미중 간에 북한 붕괴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 그는 “(북한 붕괴 상황이 발생해도) 중국이 군사를 동원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다. 유엔의 평화유지군 등이 북한을 관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 주임은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해 “내부적 리스크가 있지만 외부 침입이나 특별한 변고가 없다면 붕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런샤오(任曉)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 교수는 “(중국이) 한반도에서 핵개발을 반대하는 입장이 더욱 명확해지고 단호해졌다. 북한에 대해 더 이상 모호하게 표현하지 않고 비난할 것은 비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임명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북한군 총참모장이던 2012년 7월∼2013년 7월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3차 핵실험이 있었다”며 “북한이 내년에 동창리 로켓 발사장 기지 확대 건설을 끝낸 뒤 장거리 로켓 발사와 4차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중국, 무조건 북한 편 안 들어”

중국 학자들은 북-중 관계를 ‘이데올로기에 기초한 전통적 우호관계가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샤리핑(夏立平) 퉁지(同濟)대 정치국제관계학원 원장은 “중국은 남북한 정책에서 (북한에 치우지지 않는) 균형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첫 회의인 ‘한반도 정세 변화와 중국’ 세션에서 사회를 맡은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중국 측이 중국판 한반도 균형자론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처럼 중국이 무조건 북한 편을 들지 않겠다는 얘기다.

한국 측은 중국 측이 설명한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에 공감하면서도 한중이 통일과 북한문제에 대해 좀 더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는 얘기는 아닌 것 같다.”(한석희 연세대 교수)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방한 등 북한에 주는 메시지가 강렬했지만 중국의 대북정책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방형남 동아일보 논설위원)는 의견도 나왔다.

박찬봉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남북 간 소득 격차가 커지면 통일 과정 자체가 불안해진다. 하루빨리 북한에 시장경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중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 “한-중-러 연합군사훈련 하자”

류밍(劉鳴) 상하이 사회과학원 국제관계연구소 상무부소장은 “한중 양국이 동중국해에서 연합군사훈련을 할 수 있고, 러시아와 함께 한-중-러 3자 군사훈련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한미일 군사안보 동맹에서 이탈시켜 중국 쪽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어서 미국이 불편해 할 제안을 한 셈이다.

한국의 균형 외교에 대해선 인식차가 두드러지기도 했다. 션딩리(沈丁立) 푸단대 특임교수는 “한미 안보동맹이 중국의 국익에 위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한국의 생각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미 안보동맹의 우산 속에 있는 한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의 균형 외교가 실현되기 어렵다며 돌직구를 날린 셈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일본의 우경화와 함께 중국도 민족주의적 발상으로 자신들이 주장하는 질서를 (다른 나라에) 강요하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상하이=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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