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교황 시복식 걸개그림 그린 김형주씨-순교자 초상화 제작 권영숙씨
《 걸개그림 중앙에는 주문모 야고보 신부가 서 있고, 다른 순교자들은 빨마가지(순교자의 승리를 의미하는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일부는 십자가를, 동정녀들은 백합을 들고 서 있다.
하늘색, 분홍색, 노란색, 흰색 등 파스텔 계열의 물감을 사용해 전체적으로 온화한 분위기다.
이 그림은 8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순교자 123위’에 대한 시복식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가로 3m, 세로 2m 크기에 124위 모두 한 그림에 담았다.
이 작품은 천주교주교회의 요청에 따라 시복식 전까지 공개되지 않는다.
30일 걸개 그림을 맡은 김형주 작가(67)와 124위 순교자 초상화 작업을 마친 권영숙 작가(76)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작업실에서 만났다. 》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의 걸개그림을 그린 김형주 작가(왼쪽)와 초상화 작업을 한 권영숙 작가. 이들 사이에 있는 그림은 김 작가가 그린 걸개그림과 유사한 색감을 지녔다. 걸개그림은 8월 16일 시복식 현장에서 공개한다는 방침에 따라 사진촬영을 할 수 없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이 작품은 요한묵시록에 나온 ‘희고 긴 겉옷을 입고 손에는 야자나무 가지를 들고서 어좌 앞에 또 어린 양 앞에 서 있다’는 구절을 토대로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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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위 어느 누구 하나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어 원근법을 무시하고 동일한 크기로 그려 넣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옆에 있던 권 작가는 “하느님의 빛(순교자)이다 보니, 124위 모두의 눈빛이 초롱초롱하고 얼굴이 환하다”고 평했다.
두 작가는 가톨릭미술가회 소속 회원 6명과 함께 124위 초상화 제작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순교자들 대부분은 초상화나 사진이 없어 작업이 쉽지 않았다. 초상화 작업은 크게 ‘인물 사진을 통한 골상 수집→124위 약전 연구→18, 19세기 조선인 골상 및 복식 반영→작가별 묵상을 통한 순교자들의 모습 스케치 및 색칠→주교 및 교회사 박사 감수→수정→완성’의 7단계를 거쳤다.
후손이 남아 있는 일부 순교자들은 사진을 구해 광대뼈와 턱뼈 모양을 잡으면서 집안 특유의 골상을 반영했다. 유화가 아닌 수채물감과 파스텔을 이용해 100년 이상 작품이 보존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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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작가는 “작가들마다 습관적으로 자신의 스타일이 나올 것을 경계해 수십 번 수정 작업을 거쳤다”며 “복녀의 모습은 주로 수녀님들에게서 받게 되는 인상을 참고했다”고 귀띔했다.
2월부터 4월까지 8명의 작가들은 3개월 내내 매달렸다. 권 작가는 “가루인 파스텔로 작업하다 보니 하루에 7시간 이상 엎드려서 그림을 그렸다”며 “화가 인생 60년 동안 그림 그린 뒤 하늘에서 별이 보인 건 처음”이라며 “50∼70세 화가 8명 모두 작업을 마친 뒤 무릎 관절에 문제가 생겼다며 고통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살도 잠시, 두 작가는 “하느님이 주신 그림 그리는 재능을 하느님께 바쳤다는 점에서 참여한 작가들 모두 행복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