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조의 바다 위에서/이창래 지음·나동하 옮김/528쪽·1만4800원·RHK
주인공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해온 17세 판. 상급 지역에 납품하기 위해 수조에 들어가 물고기를 키우는 잠수부로 일한다. 어느 날 갑자기 남자친구 레그가 사라진다. 제6건물 채소 모판 F-8에서 F-24까지를 책임지는 레그가. 판은 그를 찾기 위해 안락한 B-모어를 떠나 바깥세상으로 나간다. 미래 사회에서는 안정이 최우선의 가치이다. B-모어 사람은 각자 주어진 일을 하고 정해진 공동체에서 예측 가능한 삶을 산다. 판은 이 틀을 과감히 벗어난다.
재미교포인 작가 이창래(프린스턴대 문예창작과 교수·49·사진)는 처음 세 권의 작품 ‘네이티브 스피커’ ‘척하는 삶’ ‘가족’에서 이민자의 정체성 문제를 다뤘고, 네 번째 소설 ‘생존자’에서는 전쟁이 인간 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그렸다. 올 1월 발표한 다섯 번째 장편 ‘만조의 바다 위에서’에서는 사회적 정치적 디스토피아를 담아냈다. 뉴욕타임스는 ‘로봇이나 식인괴물이 등장하는 SF는 아니지만 현재의 실패가 야기한 미래의 모습을 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며 판타지의 영역을 선보였다’고 평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