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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기자의 히트&런]한국 꼴찌 한화가 ‘빅리거 양성소’?

입력 | 2014-07-24 03:00:00


이건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리다. 그런데 미국 야구 팬 중에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도대체 한국에 있는 한화 이글스란 팀은 얼마나 강하기에 이런 투수들을 내보낸단 말인가.”

국내 프로야구에서 6년째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한화 출신 투수들이 요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펄펄 날고 있다. 먼저 류현진(LA 다저스)이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인 지난해 14승을 올렸고, 올해도 벌써 11승을 거뒀다. 류현진은 한국 프로야구에서의 마지막 해인 2012년 한화에서 9승(9패)을 기록했었다.

지난해 한화에서 6승 14패 평균자책점 5.54의 초라한 성적을 남긴 뒤 재계약에 실패했던 이브랜드는 올해 뉴욕 메츠의 필승조로 자리 잡았다. 15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2.16을 기록 중이다. 올해 3승 4패 평균자책점 8.33을 기록한 뒤 퇴출된 클레이는 최근 트리플A 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뒀다. 셋의 사례만 보면 한화는 ‘메이저리거 양성소’로 불릴 만하다.

그렇다면 한국 타자들이 메이저리그 선수들보다 더 뛰어나단 말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한국에서 뛰면서 배운 야구가 미국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 야구는 힘의 야구다. 투수는 강속구를 던지고, 타자는 힘으로 이를 이겨내려 한다. 이에 비해 한국 야구는 훨씬 세밀하다. 타자들은 어지간해서는 나쁜 공에 배트를 휘두르지 않는다. 결정구도 곧잘 커트해 낸다. 외국인 투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수 싸움에서도 그렇다. 미국에서는 볼카운트가 3볼 1스트라이크로 몰리면 대개 직구로 정면 승부를 한다. 하지만 한국 투수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변화구로 유인구를 던진다. 좀 더 정교한 제구와 수 싸움은 한국 야구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이를 터득하면 살아남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퇴출이다.

수도권 구단의 한 베테랑 선수는 “한국에 온 외국인 타자들과 한국 선수들의 타격 기술을 비교하자면 한국 선수들이 앞선다. 외국인 선수들은 타고난 힘으로 부족한 부분을 상쇄할 뿐이다”고 했다.

한국 타자들의 수준 향상은 몇 해 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알 수 있다. 2000년대 초중반 두산에서 뛰었던 우즈나 롯데의 호세, 현대의 브룸바 등은 당시 한국 투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만루에서도 볼넷으로 내보내 1점만 주는 게 낫다”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였다.

각 팀이 외국인 타자들을 한 명씩 영입한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시즌 초반만 해도 외국인 타자들은 연일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한국 야구를 지배할 것 같았다. 테임즈(NC), 칸투(두산), 나바로(삼성) 등은 여전히 수준급 성적을 내고 있지만 우즈나 호세처럼 위협적인 모습은 아니다. 한국 투수들은 오히려 박병호나 강정호(이상 넥센), 손아섭(롯데), 나성범(NC) 등을 더 무서워한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베이징 올림픽 등을 통해 한국 야구의 수준은 몰라보게 높아졌다. 특히 타자들의 힘과 기술의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뛰었고 올해 삼성에 복귀한 임창용은 이런 말을 했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직접 상대하기 전까진 나도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맞부딪쳐 보니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건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잘 치는 장면만 모은 TV 하이라이트였다.” 임창용은 올해 한국에서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블론세이브만 6번을 기록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