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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거 野]시즌 마치기가 두려운 감독들

입력 | 2014-07-23 03:00:00

계약 끝나는 김응용-이만수-선동열… 공교롭게도 세 팀 모두 하위권 그쳐
성적과 상관없이 재신임 받을까?




▷올스타전 휴식기를 마친 프로야구가 22일 후반기 일정을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올스타전 휴식기는 전반기 성적이 나빴던 감독들에겐 공포의 시간이었다. LG 이광환(1996년), 한화 강병철(1998년), 쌍방울 김성근(1999년), 롯데 백인천(2003년), KIA 유남호 감독(2005년) 등이 이 기간에 해임 통보를 받았다. 올해 올스타전 휴식기는 별일 없이 넘어갔지만 시즌이 끝나면 지난해보다는 감독들의 이동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는 두산이 김진욱 감독을 경질하고 송일수 감독을 선임한 게 유일한 이동이었다. 계약 기간이 만료된 삼성 류중일 감독, NC 김경문 감독은 재계약에 성공했다. 각각 사상 첫 3년 연속 우승, 신생 구단 첫 7위라는 당당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 기간이 끝나는 사령탑은 한화 김응용, SK 이만수, KIA 선동열 감독이다. 공교롭게도 세 팀은 나란히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2012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던 SK는 지난 시즌 6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데 이어 올해 8위에 머물고 있다.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어 2011년에도 4강에 진출했던 KIA는 2012년 선 감독이 고향으로 돌아온 첫해 5위를 했고 지난해에는 신생팀 NC에 뒤진 8위의 수모를 당했다. 22일 현재 5위로 작년보다는 낫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꼴찌인 한화는 말할 나위도 없다. 최소한 4강에는 들어야 재계약 얘기를 꺼낼 수 있는 게 이 바닥의 불문율이다.

▷2012년 한화와 넥센은 시즌 도중 성적 부진을 이유로 각각 한대화 감독과 김시진 감독을 잘랐다. 한용덕 감독대행과 김성갑 감독대행으로 시즌을 마친 두 팀은 김응용 감독과 염경엽 감독을 선임하며 2013년 이후를 대비했다. 지도자로서 두 감독은 비교가 안 됐다. 김응용 감독(73)은 프로야구 출범 이듬해인 1983년부터 2004년까지 22년 동안 해태와 삼성에서 사령탑을 지내며 통산 최다 출장, 최다승은 물론이고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인물이다. 반면 김 감독보다 27세 아래인 염 감독은 2군은 고사하고 고등학교나 대학 등 아마추어 팀 감독조차 한 적이 없는 ‘초짜’였다.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 거포로 이름을 날렸던 김 감독과 달리 선수로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때만 해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백전노장’ 김 감독과 ‘백지신인’ 염 감독의 상황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지난해 정규리그에서 3위를 차지하며 2008년 창단 이후 최초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넥센은 올해에도 2, 3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변이 없다면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높다. 김응용 감독, 이만수 감독, 선동열 감독. 선수 시절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였던 이들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과거에 인정받았던 지도자로서의 능력에도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 잘했다고 잘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이름값이 성적을 보증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하긴 2011시즌 초반 SK와 김성근 감독의 경우에서 보듯 성적이 좋다고 임기를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반면 성적이 나빠도 그룹 최고위층의 의사를 거스를 수 없어 마지못해 재계약을 한 구단도 있긴 했다. 올 시즌이 끝나고 9명의 감독 중 살아남는 이는 얼마나 될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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