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375곳중 19곳만 오픈 직장인-워킹맘 평일 이용 어려워… 토-일요일 찾아갔다 낭패보기 일쑤 구청-주민센터 업무 시간 맞춰 운영… ‘문턱 낮추기’ 설립 취지에 어긋나
#7일 이유경 씨(41·여·서울 용산구)는 아이를 데리고 주말에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 구청 북카페를 찾았다가 낭패를 봤다. 그는 “아이들을 위한 키즈존이 설치돼 있다고 홍보하더니 막상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주말에는 문을 열지 않았다”며 당황스러워했다.
서울시내 25개 구청과 동 주민센터에 설치된 작은 도서관 375곳을 조사했더니 토·일요일에 문을 여는 곳은 19곳(5%)에 불과했다. 79곳(21%)은 토요일에만 문을 열었다. 작은 도서관이 늘었지만 지역 생활권 안에 도서관을 조성하고 접근성을 높이자는 당초 설립 취지와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반면 인근 지역인 서초구는 작은 도서관 18곳 중 토·일요일에 문을 여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구청과 주민센터에 설치된 작은 도서관이 24곳으로 가장 많은 관악구는 4곳만 토요일에 문을 연다.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도서관을 지어 놓고 주민들이 많이 찾는 주말에 문을 닫아 오히려 이용이 어려웠다.
국립이나 시립도서관이 주말에 문을 여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과도 비교된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각각 운영하는 서울도서관과 서울어린이도서관은 매주 월요일에 휴관한다. 국립도서관과 국립어린이도서관은 둘째, 넷째 월요일에만 휴관한다. 주말 이용객이 더 많기 때문에 월요일을 휴관일로 정했다.
유독 자치구와 주민센터에 위치한 도서관이 주말 운영을 기피하는 이유는 시설과 자원봉사자를 관리할 구청이나 주민센터 직원들이 주말에 쉬기 때문이다. 작은 도서관은 주로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된다. 서초구 관계자는 “작은 도서관이 주민센터 내에 있다 보니 보안을 위해 직원들의 업무 시간과 동일하게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도서관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운영 시간 책정은 지나치게 행정편의주의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서울시 도서관정책과 관계자는 “작은 도서관의 운영 시간을 규제할 순 없지만 이용객 편의를 위해 장기적으로 주말 개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